강렬한 사운드-반전 스토리로 승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소통에 유용 ‘당근이세요’ 패러디 영상 6400여개… ‘라춘댄스’는 유튜브 등서 7600만뷰 “언어장벽 없이 더 넓은 대중에 노출”… 취미 넘어 커머스-교육 등 영역 확대
뮤지컬 음악이 흘러나오고, 등장인물이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화면에 등장한다. 고풍스럽고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지려던 찰나 “당근이세요?”라는 대사와 함께 분위기가 익살스럽게 바뀐다. 음악과 반전이 어우러진 이 모든 장면은 단 13초 안에 마무리된다.
지난해 6월 당근마켓이 브랜딩 캠페인을 위해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업로드한 ‘당근이세요’ 캠페인 쇼트폼 영상이다. “당근이세요?” 질문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수박인데요”, “망고인데요”라고 대답하는 유저들의 직접 참여(챌린지) 패러디 영상 6400여 개를 이끌어냈다. 본영상과 챌린지 영상을 합쳐 현재까지 누적 조회 수가 1300만여 회에 이른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가 K팝 커버댄스를 추는 15초 내외의 ‘라춘댄스’ 영상도 유튜브쇼츠와 틱톡에서 16개 영상이 총 7600만 뷰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15초∼3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 형식인 ‘쇼트폼 콘텐츠’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으며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취미와 일상생활을 넘어 브랜드 마케팅, 커머스, 독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쇼트폼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라춘댄스를 기획한 카카오 관계자는 “틱톡 팔로어 중 해외 팬 비중이 90% 이상”이라며 “쇼트폼으로 제작되는 커버 영상은 언어장벽 없이 지식재산권(IP)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부담 없고 빠르게 소비돼 더 넓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올리는 ‘동영상 리뷰’에서도 쇼트폼 형식이 적극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동영상 리뷰 서비스 기업 인덴트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제품 실구매자들은 평균 17.6초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리뷰를 올린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리뷰는 4초 안팎이다. 윤태석 인덴트코퍼레이션 대표는 “쇼트폼 영상은 긴 형식의 동영상에 비해 영상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다”며 “짧은 리뷰 영상을 보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긴 영상을 보는 소비자보다 더 높았다”고 말했다.
긴 호흡이 필요한 독서, 교육 등의 영역에서도 젊은 세대의 책 선택이나 학습 이해를 돕기 위해 짧은 동영상을 이용하고 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독서나 책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지난해 12월 쇼트폼 동영상을 이용한 앱 개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3분 내외의 동영상 안에서 책 한 권을 요약하거나, 책의 내용을 짧은 만화로 구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학생들이 핵심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 유튜브 계정에 2, 3분가량의 짧은 영상을 도입하기도 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짧은 영상을 통해 학습자를 돕는 트렌드가 국내 교육계에도 점차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