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전, 자동차 넘어 로봇 확장
로봇과 함께 등장한 정의선 “훌륭한 동반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미국 로봇 제작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스폿을 향해 “훌륭한 동반자, 고마워”라고 인사를 건넨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통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지금 매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스폿’을 매일 데리고 다니게 될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를 그룹 미래 비전으로 선언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의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간) 현대차 언론 설명회에서다. 그는 이날 자동차 관련 영상이나 제품이 아닌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폿’과 함께 등장했다. 자동차를 넘어 로봇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 “언젠가 로봇을 스마트폰처럼 매일 갖고 다닐 것”
현대차는 2019년과 2020년 CES에서는 각각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를 내세웠다. 이를 로봇으로까지 진화시킨 배경에 대해 정 회장은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싶어 로보틱스에 투자하게 됐다. 소외계층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는 “로봇은 어린 시절 우리의 영웅이고, 진정한 동반자”라고도 했다.이날 정 회장의 발표 주제는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였다. 영역 확장의 키워드가 로보틱스인 셈이다. 정 회장은 “로봇이 인간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5년까지 로봇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약 32%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로봇의 가능성이 이미 확인되고 있고 사람들의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 사업 매출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제 기술이 구현될지 당장은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만 “도전에는 한계가 없고, 우리는 우리의 한계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 메타버스-로보틱스 결합 ‘메타 모빌리티’ 제시, 자동차 없는 현대차 전시관
현대차 ‘사물 모빌리티 생태계’ 이미지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기술이 반영돼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물 모빌리티(MoT) 생태계의 가상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메타 모빌리티는 자동차나 UAM을 멀리 떨어진 장소, 심지어는 우주까지도 연결할 수 있는 매체로 삼는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화성에 로봇을 보내면 그 로봇을 통해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화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식이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통해 물리적 공간과 메타버스 같은 가상공간을 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에 앉아 가상현실에 접속하거나 집에서 증강현실(AR)로 스마트공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핵심 파트너로는 이날 함께 발표에 나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꼽힌다. 정 회장은 “(MS와는) 앞으로 더 밀접하게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한 ‘MoT’ 생태계 실현을 위해 ‘플러그 앤드 드라이브(PnD) 모듈’과 ‘드라이브 앤드 리프트(DnL) 모듈’을 5일 전시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PnD는 작은 테이블에서부터 대형 컨테이너까지 어떤 사물에든 부착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DnL은 바퀴마다 장착된 모터가 자세를 제어함으로써 기울기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대차는 올해 약 1230m²(약 370평)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로보틱스 기반 모듈이 전시되는 리얼리티 존, 관람객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체험하는 메타버스 존으로 구성됐다. 로보틱스에 집중하기 위해 현대차 대표 상품인 전기차나 수소차, UAM 등은 전시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