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cm 폭설에 16시간 넘게 고립상태 빵 트럭 보고 고객센터 전화걸자, 사장 “실린 빵 나눠줘라” 연락 300세트 모두 동나… “신의 은총”
4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카멀처치 인근에서 미 동부를 남북으로 잇는 주요 고속도로인 ‘I-95’가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하루 전 갑자기 내린 폭설로 도로가 얼고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 수백 명이 도로에 갇혔다. 상당수 운전자가 물, 식량, 기름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아래 사진). 케이시 홀리핸 씨와 남편 존 노 씨는 자신들 또한 도로에 갇혔음에도 빵을 구해 주변 운전자에게 나눠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카멀처치=AP 뉴시스·트위터
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에 사는 케이시 홀리핸(여)과 존 노 씨 부부는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부모님 집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미 동부를 남북으로 잇는 고속도로 95호선(I-95)에서 16시간째 거의 나아가지 못했다. 갑자기 내린 25cm의 폭설로 도로 위 차량 수백 대가 눈밭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홀리핸 씨 부부는 차에서 밤을 꼬박 새웠지만 4일 오전까지도 고속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었다. 부부는 37시간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극도로 허기진 상태였다.
그때 눈앞에 슈밋 제빵 회사의 트럭이 보였다. 부부는 제빵 회사의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20분쯤 후 이 회사의 모기업인 H&S베이커리의 척 페이터라키스 사장이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페이터라키스 사장은 트럭 운전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며 “트럭에 있는 빵을 다른 운전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부부는 트럭 운전사와 함께 도로에 갇힌 운전자들에게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도 꽁꽁 언 도로 위를 조심히 걸으며 배식을 도왔다. 1시간 만에 빵 세트 300개가 모두 배분됐다.
페이터라키스 사장 또한 “나 역시 도로에 먹을 것도 없이 갇혀 있었다면 누군가 자신들의 음식 제품을 나눠주길 바랐을 것”이라며 “우리가 기꺼이 도울 수 있어 오히려 기쁘다”고 했다. 1943년 부모님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연 빵집을 이어받아 형제들과 공동 경영하고 있는 그는 “부모님은 우리에게 열심히 일하고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부모님이 뿌듯해하실 것”이라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일 오후에만 이 지역에 시간당 5cm가 넘는 눈이 4, 5시간 넘게 쏟아져 일부 구간 도로에 10cm 두께의 얼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당국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고속도로에 갇힌 운전자들은 음식과 물을 나누며 서로를 도왔고 교통 정체는 4일 오전 9시경에야 풀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