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도요타, ‘GM 90년 아성’ 넘어 美 1위… 반도체 확보가 승부 갈라

입력 | 2022-01-06 03:00:00

작년 233만대 판매… 전년比 10%↑
13% 급감 GM 11만대 차로 제쳐… 외국車업체 美시장 판매 1위 처음
재고 최소화 ‘Just In Time’ 포기… 부품 수개월 치 확보한 전략 먹혀
현대차그룹 5위… 혼다 첫 추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90년 만에 내수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자리를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외국계 자동차 기업이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도요타의 약진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공급망 위기에도 적극 대처해 온 덕이란 평가가 나온다.
○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 대응
4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모두 233만2000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10.4% 증가했다. 승용차와 트럭 등 주요 차종의 판매량이 고르게 늘었다. 반면 GM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9% 급감한 221만8000대에 그쳤다. GM은 1931년 포드 자동차를 제치고 미국 시장 1위에 올라선 이후 계속 그 자리를 지켜오다 90년 만에 도요타에 1위를 내줬다. 1965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도요타는 1988년 켄터키주에 첫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두 회사의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반도체 공급난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GM은 핵심 부품인 반도체 확보에 실패해 미국 내 공장이 여러 차례 문을 닫았다. 그 결과 베스트셀러였던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의 판매가 한 해 전보다 10.8% 급감하는 등 고전했다.

반면 도요타는 차량용 반도체 칩의 공급난에 대비해 부품 수개월 치를 미리 확보해 놓으면서 피해를 줄였다. 도요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을 계기로 트레이드마크였던 ‘저스트 인 타임(JIT·Just In Time)’ 생산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부품과 재고를 상시 확보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JIT는 차량을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필요한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생산 방식이다. 이를 70여 년 동안 제품 생산의 원칙으로 지켜왔지만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사태를 맞아 변화에 나선 것이다.

WSJ는 도요타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반도체 칩을 쌓아 둔다는 결정으로 큰 이득을 봤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공급망 위기 때도 다른 자동차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잘 대처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한발 먼저 내다본 것도 주효했다. 다른 기업들은 2020년 봄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량이 감소하자 반도체 등 부품 주문을 줄였다. 하지만 도요타는 조만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부품 공급을 최대한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1∼6월) 경쟁사들이 공급망 위기로 생산량을 줄여야 했을 때도 도요타는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 유지할 수 있었다.
○ GM “반도체 위기 잦아들면 판매 되살아날 것”
물론 도요타 또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1위 자리를 언제든 다시 내줄 수 있다. 도요타 미국 법인의 잭 홀리스 수석 부사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판매량에서 GM을 제치긴 했지만 이는 우리의 목표도 아니고 지속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GM 측 또한 “올해 반도체 공급난이 잦아들면 판매량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1위 탈환의 의지를 보였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78만7702대를 팔아 전년보다 판매량이 23.3%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 또한 148만9118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역시 일본 혼다(146만630대)를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5위에 올랐다. 1986년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그룹이 혼다를 제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