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날마다 뜨고 지는 해이지만 새해 첫날의 해는 왠지 특별하다. 어둠 속에서 빨갛게 솟아오르는 그 붉은 빛이 가슴에 닿으면 마음까지 찬란해진다. 찬란해지는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살아 있는 듯 일렁인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밤새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린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이조차 못했지만 말이다.
사실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떠오르는 해는 언제나 가슴을 달군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정상 같은 곳에서 보는 해돋이는 말할 것도 없다. 해와 나 사이에 모든 장애물이 사라진 세상을 가득 채우는 붉은빛의 세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감흥을 잊지 못해 동영상에 담아 보지만 막상 영상으로 보면 생각만큼 감흥이 일지 않는다.
혹시 이런 해돋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가능하다. 알다시피 해가 뜨고 지는 건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자전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가 팽이처럼 팽팽 돌고 있기에 일출과 일몰이 생긴다. 그러니 이 회전과 같은 속도로 지구를 돌면? OMG(Oh, My God), 해가 지지 않는다! 자전 속도보다 더 빨리 돌면? 지던 해가 떠오른다!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새해 첫날의 해라고 다른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굳이 이날의 해 앞에 서려고 할까? 모르긴 몰라도 옛날 음력만 있을 때에도 첫 해돋이를 보겠다고 잠을 설쳤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음력 설날에 해돋이를 보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걸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해(年)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밀턴 에릭슨은 열일곱 살 때 의사로부터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들었다. 당시엔 치명적이었던 소아마비였다. 에릭슨은 어머니에게 옆방 창문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보고 싶다면서.
그렇게 아침 해를 기다리던 에릭슨은 떠오르는 해를 본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해에서 어떤 기운을 받았던 걸까? 죽음의 강을 건너는 대신 사흘 만에 깨어난 그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살려 심리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해를 가슴에 품는 건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꼭 새해 첫날의 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Happy New Year!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