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조정위 하루만에 기재위 통과… 도입 찬성 밝혔던 野, 표결엔 불참 근로자대표 이사회 참석 의무화 등… 이미 발의된 법안 연쇄 영향 가능성 노동계는 “갈등 줄이는 효과” 환영… 홍남기 “민간 확대는 별도 논의”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 제도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며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제도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가뜩이나 입김이 센 공공부문 노조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에서도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에서 일반 기업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입법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전날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지 하루 만이다.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 표결에 불참했으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이미 찬성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따라서 10일 법제사법위원회와 11일 본회의에서도 해당 법안은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근로자 대표 추천을 받거나 근로자 과반이 동의한 인사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재계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총 5차례에 걸쳐 공동입장문과 논평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를 방문해 입법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에서 “민간기업으로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친노동 정책으로 위축된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민간 확산을 우려하는 건 기우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총이 지난해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5%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미 노조의 영향력이 큰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관계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이 70%에 이르러 민간의 7배 수준”이라며 “노동이사까지 도입되면 노조의 영향력이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대립을 지양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노사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에서 “(노동이사제 민간 부문 확대는) 별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며 공공기관에 우선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