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장비 4분 시간오차 안고쳐 文대통령 “경계실패 중대한 문제”
새해 첫날 탈북민 A 씨(30)가 민간인통제선부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越北)하는 과정에서 무려 10차례나 그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장비(사진)에 잡혔지만 군이 A 씨를 잡을 기회를 모두 놓쳤다. A 씨가 철책을 넘는 상황은 군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찍혔지만 군은 엉뚱한 시간대를 되돌려봤다.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 군은 특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합동참모본부의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A 씨는 1일 오후 6시 36분경 최전방경계부대(GOP) 철책을 기어올랐다. 철책에 달린 감지센서(광망) 경보가 울림에 따라 6분 뒤 군 초동조치조가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A 씨는 4분여 만에 3m 높이의 이중 철책을 넘고 사라진 뒤였다. 그 대신 철책 인근에는 A 씨의 발자국과 점퍼에서 빠진 깃털 등이 있었지만 초동조치조는 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이상 없음”으로 자체 종결했다.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CCTV에는 A 씨의 모습이 5차례나 찍혔지만 군은 광망 경보 직후 이를 돌려볼 당시 A 씨를 확인조차 못 했다. 장비에 기록된 시간과 실제 시간이 4분 34초나 차이가 났기 때문. 군은 영상 저장 장비 녹화시간 입력 시 실제 시간과 4분 정도 오차가 있어 매일 두 차례씩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이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결국 월책으로 경보가 울린 시점이 아닌 그 4분 전 영상까지만 봤고 A 씨가 담긴 영상을 보지 못한 것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