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실상 선거지원 거부 의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선거대책본부를 새로 발족하며 재출발 의지를 다졌지만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극한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가까운 권영세 의원을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으로 선임한 직후 이 대표는 “새로운 개편 시기에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약 5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윤 후보 측에 전달한)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며 사실상 선거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내부 총질’을 서로 자제하자는 당내 분위기도 다시 격랑에 휩싸이며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 尹에게 “무운 빈다” 논란 빚은 표현 또 써
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공개 행보를 시작한 윤 후보가 중기중앙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로 하자 이 대표는 당초 참석하려던 일정을 바꿔 전격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표 측은 “윤 후보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양측이 만나는 상황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6일 윤 후보가 참석하는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도 이 대표는 불참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고 올렸다. 이어 “(대선일인) 3월 9일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武運·전쟁 등에서 이기는 운수)을 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 당시 “무운을 빈다”고 말해 ‘무운(無運)이 속내 아니냐’고 논란을 빚은 표현을 또 쓴 것이다.
○ 갈등 봉합 기류도 흘렀지만 다시 ‘냉랭’
국민의힘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종일 ‘이준석 사퇴론’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특히 재선 의원들은 “대선을 앞둔 때 당 대표의 ‘내부 총질’을 더 용인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를 고립시켜 ‘식물 대표’를 만들자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면 의결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얘기다.이런 반발들은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발표한 뒤 “더 이상 당 수뇌부 간 갈등 노출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잠시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날 밤 선거대책기구의 새 출발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6일 의총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의견이 재차 분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에 대해 “일부 의원이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 행위에 가까울 것”이라고 받아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