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하던 여자친구 고(故)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황씨의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대가가 7년이라면 부모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6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이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하지 못해 이유를 불문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 수단과 결과를 살피면 피고인이 신체적으로 연약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강하게 폭력을 행사했고, 나아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위해 적절한 구급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동기를 살피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으로 교제 중 자주 다퉜지만,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지속적인 폭행 관계에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범행 직전 다툼을 피하고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피고인을 따라 나온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교제살인 내지 폭행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 의사로 계획적인 살인 범행에 이른 것과 사인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이씨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황씨 측 유족은 “사람이 죽었는데 7년?”, “대한민국 법이 너무 신기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들은 선고 후에도 한동안 법정을 나가지 못하고 재판부에게 항의했다.
판결 후 황씨의 어머니는 “제가 7년을 받으려고 5개월 동안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나”라며 “우리 아이는 제가 사랑으로 키웠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키웠다. 그 사망 대가가 7년이라면 저희 부모는 앞으로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로 법이 존재하는 국가로 아는데 법도 없고 검찰도 믿을 수 없는 게 지금까지 겪은 심정”이라며 “2심 선고를 간절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어제 ‘황예진법’(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을 선언했다. 그걸 믿고 2심을 진행하려 한다”면서 “우리 아이가 아직 하늘나라에 못 갔을 것 같은데, 법이 만들어져 아이에게 엄마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부에 살인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충실히 심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으나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징역 10년 구형은 전혀 예상치 못한 처사였다”라며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가 불과 징역 7년이라는 것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즉각 항소해 주길 공판 검사님께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 범행 경위나 정도 등을 봤을 때 중대 범죄일 뿐 아니라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피해 회복이 전혀 안 이루어졌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여전히 A씨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인 피해자 황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황씨와 오피스텔 내에서 말다툼을 하다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고, 자리를 뜨려는 자신을 황씨가 쫓아와 머리채를 잡자 화가나 벽으로 세게 밀어 충격을 받게 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에도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후 인근 주민이 나타자나 이씨는 황씨를 오피스텔 1층으로 데려갔고, 황씨가 자신을 때릴 것처럼 행동하자 다시 벽으로 밀어 의식을 잃자 그 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범행 직후 이씨가 119에 “황씨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져 다쳤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황씨는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