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던진 ‘탈모약 건보 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명표 편 가르기’식 공약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 후보가 앞서 탈모인 뿐 아니라 농민과 노동계, 무주택자 등 특정 집단만 콕 찍어 겨냥한 공약들을 이어가면서다. 해당 집단에 속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겐 역차별이라는 지적과 함께 다른 이익집단들의 민원성 공약 요구만 자극한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이 앞장서 집단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셈이다.
● “특정집단 위한 포퓰리즘”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6일 입장문을 내고 탈모약 건보 적용이 특정 집단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수많은 암 환자가 비급여 항암치료제 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라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건보 재정을 ‘생색내기’ 용도로 사용하면서 중증 환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건보 적립금이 2024년경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가의 항암제 등을 제쳐두고 미용 목적의 탈모약에 건보를 적용하는 것은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표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의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탈모라는 개별 항목을 던졌다”며 “개별 항목으로 국민을 낚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원 규모도 전체 의료보험 지출액에 비하면 타격을 줄 정도로 대규모가 아니다”며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재원을 부담하는 그들을 굳이 배제해서 섭섭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탈모가 사회적 질병으로 국가 책임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공약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추산하는 국내 탈모 인구 1000만 명이 공식 통계가 아니란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현재 진료와 처방 모두 건보가 적용되지 않아 전체 규모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 탈모약 공약 후 ‘공짜 요구’ 봇물
이 후보는 최근 이익집단을 만나는 주요 자리마다 이들을 공략한 공약들을 잇달아 던지고 있다. 5일 전남 곡성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선 “농업과 농민의 공적 역할에 대해 국가공동체가 보상해야 한다”며 농촌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앞서 한국노총을 만났을 땐 재계가 극렬히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선거 득표 전략에 동원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공짜 혜택’을 요구하며 건강보험 근간을 흔드는 목소리의 물꼬를 튼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풀어주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라면서도 “포퓰리즘 비판을 피하려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부터 정교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