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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지나 텅빈 점포들, 간판만 ‘번쩍’…“자영업자 촛불”

입력 | 2022-01-06 22:35:00


자영업자 단체들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등 방역 정책에 반발하며 재차 집단 행동에 나섰다. 기자회견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점등 시위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6일 서울 중구와 영등포구, 구로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술집 등 일부 점포들은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가 지났음에도 활짝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날 만큼은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간판들이 빛났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항의한다는 자영업자들의 뜻을 한데 모으기 위함이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비대위)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오후 9시 이후 업소의 간판 불과 업장 불을 켜는 점등시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고, 실제 일부 점주들은 불을 환히 밝히며 시위에 동참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손님은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간판들이 유독 두드러져 보였다.

서울 구로구 고척먹자골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뭐라도 해야한다고 느껴서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오전 4~5시까지 영업을 했다고 한다.

이날은 오후 4시반 문을 열었지만 가게를 찾은 손님은 두팀 밖에 없었다. 이씨는 “이제 영업을 시작할 타이밍인데 영업제한이 되면서 매출에 손해를 보고 있다”며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의 절반이라도 보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양꼬치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기자와 만나 “9시 제한은 도저희 못참겠다. 원래 새벽 2시까지 했는데 그리 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며 “밥도 못 먹고 살 정도”라고 토로했다.
인근 닭발집 사장인 이모씨는 “정부가 들으려 하지를 않는다.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라며 “지원금을 조금 줬지만 말그대로 언 강에 뜨거운 물 조금 부어준 느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점등시위를 기획한 자비대위는 이날 오후 9시 영등포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약속을 지켰지만, 정부는 기대를 저버렸다”며 “자영업자 점등시위는 정부의 불합리한 방역정책을 규탄하는 것으로 예전의 촛불시위와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조지현 자비대위 공동대표는 “공익을 위해 2년간 희생해왔다. 희생이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가족들이 힘들어 한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 일하게 해달라. 불을 켜겠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나날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가 당장 방역패스와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자비대위는 전국호프연합회 등 자영업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연대체로 ▲방역패스 철폐 ▲영업제한 철폐 ▲손실보상법 시행령 즉각 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광화문 광장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