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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안 봉쇄’ 비판한 ‘장안십일’ 글 파장

입력 | 2022-01-07 03:00:00

“권력자들의 일시정지 버튼에 1300만명 운명이…”
프리랜서 기자가 열흘간 실상 올려, ‘제2의 우한일기’ 불리며 급속 확산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권력을 쥔 사람들, 그들의 결정이 이 도시에 사는 1300만 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시안(西安)을 봉쇄한 이후 열흘간 시안의 실태를 기록하면서 당국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장안십일(長安十日)’이라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또 응급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임신부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유산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시안을 넘어 중국 전체로 파장이 퍼지고 있다.

‘장안십일’은 장쉐(江雪)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기자가 작성했다. 그는 4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글을 올려 중국 정부의 코로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글은 2020년 1월부터 70여 일간 봉쇄됐던 우한(武漢)의 참상을 그린 소설가 겸 시인 팡팡(方方)의 ‘우한일기’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장안십일’을 ‘제2의 우한일기’로 부르고 있다.

장쉐는 2년 전 우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사건이 끝난 뒤 반성하지 않고 피눈물의 교훈을 얻지 않은 채 공훈을 칭송하기 바쁘다면 사람들의 고난은 무가치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유산한 임신부 사연도 시안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5일 텅쉰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1일 오후 8시경 시안에 사는 임신 8개월 된 여성이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껴 병원 응급센터에 이송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4시간 뒤 나온다는 이유로 이 여성을 응급센터 밖에 2시간 넘도록 방치했다.

시안의 상황이 심상찮게 전개되자 중국 관영매체까지 진화에 나섰다. 6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안 임신부 사건’을 다루면서 “시안 당국은 모든 병원이 코로나19 상황을 핑계로 환자 치료를 미루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