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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이후 20년… 선수들 생각 많이 달라진 것 느껴”

입력 | 2022-01-07 03:00:00

1990년 첫 월드컵 멋모르고 나가 4번째인 2002년때가 가장 힘들어
작년 울산 부임후 초반 승승장구…3관왕 예상 나왔지만 결국엔 무관
포항-전북에 뼈아픈 패배 당한뒤 잠들기전 양팀 번갈아 생각나기도
선수단과 소통문제를 가장 중시…자기위주로 생각하는 선수 늘어
코칭스태프 회의에 주장도 참석



프로축구 울산 홍명보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의 사상 첫 4강을 이끌며 선수로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을 넣은 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홍 감독(왼쪽 사진). 홍 감독은 1992년 포항에서 프로 데뷔해 그해 팀의 K리그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2022년 올해 홍 감독은 지도자로서 K리그 최고의 자리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53)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특히 한일 월드컵에서는 주장을 맡아 한국의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에서는 1992년 포항에서 데뷔한 뒤 가시와 레이솔, LA 갤럭시 등에서 뛰다 2004년 은퇴했다. 지도자로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고, 국가대표팀 감독, 중국 프로축구 감독을 지냈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3년간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1월부터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사령탑을 맡았다.

호랑이해인 2022년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주년이 되는 해에 감독으로서 제대로 프로 정상에 도전한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반란을 꿈꾸고 있다. 그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 포항 패배에 잠 못 드는 밤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홍 감독은 “행정가나 지도자나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며 “현장에 나오니 뭔가 살아있는 느낌도 들면서 심장이 뛰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에서의 첫해는 쉽지 않았다. 울산은 지난해 초반 무서운 기세로 리그 선두를 달리며 기대를 모았다. 대한축구협회(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10월에는 울산의 ‘트레블(3관왕)’ 달성 이야기도 나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호들갑이다. 사람들이 트레블 이야기하는 것 보고 틀렸다고 생각했다. 난 괜찮았는데 선수들이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홍 감독의 우려대로 지난해 울산은 리그 2위에 컵 대회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4강 탈락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모든 경기를 복기했는데 우리가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었다. 다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포항과 승부차기까지 갔다가 패하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후 울산은 4일 뒤 성남과의 리그 경기(1-2)와 전남과의 FA컵 4강(1-2)에서 내리 졌다. 여기에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전북과의 마지막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당한 2-3 패배도 뼈아팠다. 홍 감독은 “포항과 전북에 지고 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포항이 한번 생각났다가 다음 날에는 전북이 생각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했다.


○ 끊임없는 소통으로 선수단 벽 허물어

홍 감독은 소통으로 반란을 꿈꾼다. 그는 “현장에 없는 동안 선수들의 생각이 많이 변해 있었다. 일부 선수들이 팀보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것에 놀랐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래저래 하자고 하면 딱 꼰대로 찍힌다”고 했다. 홍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달라진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이청용 등 주장단을 코칭스태프 회의에 참석시켰다. 그리고 일부 안건은 주장단이 직접 선수단과 소통하게 했다.

“시즌 중반에 5일 정도 여유가 있었다. 경쟁 상대 전북은 전지훈련을 갔지만 우린 숙소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처음엔 숙소 주방 팀이 준비를 해주었는데 나중엔 연습경기를 치른 뒤 진 선수들이 주방팀에 바비큐를 대접했다. 그분들이 선수들이 차려 주는 음식을 처음 먹는다고 했다. 기운이라는 게 어떤 중요하거나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숙소 직원, 식당 아주머니, 버스 기사 등 구단 모든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런 분들이 마음속으로 잘되길 빌어준다면 그 기운이 올해 잘 쌓여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팀 시절에도 ‘홍 감독팀’은 가장 예의바른 팀으로 유명했다.


○ 돌아보니 2002 한일 월드컵은 엄청난 부담

한일 월드컵 10주년이었던 2012년은 홍 감독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였다.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동메달의 역사를 썼다. 또다시 10년이 흘렀다. 홍 감독에게 20년 전의 월드컵은 어땠을까.

“처음(1990년)에는 잘 모르고 월드컵에 나갔다. 마지막 월드컵(2002년)은 굉장히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3번의 월드컵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3무 6패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 전 국민이 큰 실망을 할 것 같다고 (황)선홍과 걱정을 많이 했다.”

홍 감독이 주축이 된 한국은 월드컵 첫 승을 넘어 사상 첫 4강 신화를 썼다. 그는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4강 신화로 이어졌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다면 울산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