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유족-동료들 눈물 쏟아
“막둥아,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하다…. 꼭 천국에서 잘 살아라….”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 박수동 소방장(32)의 빈소.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정을 힘껏 끌어안은 아버지의 입에서 아들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화재 진압 중 숨진 박 소방장과 고 이형석 소방경(51), 고 조우찬 소방교(26)의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는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박 소방장은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동료 김현아 소방장(34)은 “박 소방장이 (예비 신부와) 양가 부모님께 최근 인사를 드렸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임관한 지 불과 8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새내기지만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면서, 출동한 현장에서 누구보다 힘차고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한 동료 소방관은 조 소방교를 두고 “팀에서 막내지만 솔선수범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또 다른 동료는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조 소방교가 내 밥을 준비해줬다. 다음엔 꼭 내가 해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와 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함께 했다는 동료 김서빈 씨(26)는 “중앙소방학교를 같이 졸업할 때 우찬이가 ‘우리 꼭 다치지 말고 안전근무 하자’고 다짐했다”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 소방경은 1994년부터 28년 동안 소방관 한길을 걸은 베테랑으로 팀에서 구조 업무 총괄을 담당했다. 평소 팀원들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고, 마지막까지 구조 현장을 지켰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같은 소방서 구조대원 이모 씨는 이 소방경을 두고 “큰불이든 작은 불이든 현장에서 항상 후배들을 뒤에 두고 선두에 서던 분”이라며 “아마 오늘도 맨 앞에 섰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방경은 얼마 전 군 전역을 앞둔 아들의 면회를 다녀왔다. 빈소에서 만난 이 소방경의 아들은 “(아빠가)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자녀 2명이 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합동영결식은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열린다.
평택=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