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로 시야 넓힌 CES… 사상 처음 우주선 실물 전시 美시에라스페이스 ‘드림체이서’…‘뉴 스페이스’ 시대 맞춤 기술
5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 미국 우주기업 ‘시에라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가 전시됐다. 라스베이거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5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햇빛이 쏟아지는 야외주차장에 작고 하얀 항공기 한 대가 등장했다. 높이는 사람 키를 조금 넘는 2m, 길이는 약 9m, 날개폭은 7m 정도인 이 항공기는 주차장을 활주로 삼아 방금 막 착륙을 마친 듯했다. 1980∼2000년대 활약한 우주왕복선의 축소판처럼 생긴 이 아담한 항공기의 정체는 미국 우주기업 ‘시에라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다. 길이 3km의 활주로만 있으면 지구 어디든 이착륙이 가능하다. 시에라스페이스는 7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드림체이서의 실물 모델을 전시했다. CES가 열린 55년 동안 우주선 실물이 전시된 것은 처음이다. 존 로스 시에라스페이스 전략 및 사업개발 부사장은 동아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림체이서는 미래 우주왕복선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민간 우주기업들에 사업 기회의 장으로 열리는 지구 저궤도(LEO)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등장한 민간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는 우주인과 화물을 400∼500km 상공의 지구 저궤도로 실어 나르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4호가 떠 있다.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드래건처럼 현재 ISS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우주화물선은 캡슐 형태다. 하지만 드림체이서는 우주에 화물을 내려놓고 대기권에 진입한 뒤 항공기처럼 날다가 활주로에 착륙해 귀환하는 방식이다. 2011년 퇴역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왕복선들도 같은 방식으로 귀환했다. 로스 부사장은 “드림체이서는 짧은 시간에 비행기처럼 부드럽게 착륙해 비싸고 민감한 과학 장비 같은 화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림체이서는 자율비행 시스템을 채택해 조종사가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을 태우거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추진제와 연료, 소모품이 모두 무독성이며 비행에 특별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에라스페이스는 향후 5인승 우주왕복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CES에 한자리 차지한 우주기업들
올해 CES에 등장한 우주기업은 시에라스페이스뿐만이 아니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을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가전과 IT 제품 분야에 한정돼 있던 CES가 우주 기술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일본 전자 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는 통신위성 기술 개발을, 독일 전동기기 기업 보쉬는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센서 시스템 ‘사운드시’를 개발하고 있다고 이번 CES에서 공개했다.
미국 우주관광기업 ‘제로지’는 이번 CES에서 가상현실(VR) 기기로 20∼30초간 무중력을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개조한 보잉 727기를 활용해 한 사람당 7500달러(약 897만 원)를 받고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두산과 한컴인스페이스도 우주테크 분야 참여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은 “우주 탐사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지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화성과 달의 생명체 발견에서부터 일기 예보, 위성시스템, 장거리 통신에 이르기까지 우주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