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고성 충돌’ 끝 다시 손잡다 최고위서 당직 인사 놓고 이견… 尹, 임명 강행… 서로 언성 높여 의총서 ‘당대표 사퇴’ 반발 커지자 李 “의원들 명령한다면 선거 복귀” 尹 “다 잊자” 李 “원팀” 극적 포옹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경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을 다 털고, 오해한 것도 다 잊자”고 말했다. 이 대표도 ‘원팀’ 선언을 하며 “인고의 시간을 통해 하나로 뛰게 된 만큼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또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뛸 것이고, 당사에서 숙식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의원들 앞에서 손을 맞잡고 포옹한 뒤,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날 순직한 경기 평택시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당내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면서 윤 후보가 발표한 선거대책기구 전면 쇄신안은 퇴색되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사이코패스, 양아치”라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오후 5시경 의총이 열린 회의실을 찾아 28분 동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들이 이준석의 (선거운동)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면서도 “그런 방식으로는 젊은층의 지지는 절대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동안 쌓여 온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불신의 골이 깊어 선거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당 안팎에서 “어정쩡한 봉합”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시 손잡은 윤석열-이준석
“사이코패스” 의총 성토에 李대표 “내 책임 가장 커” 몸 낮춰
김기현, 尹에 의총장 방문 설득… 맥주회동-울산포옹 이어 3번째 봉합
“이대로면 파국” 위기감에 극적 화해, 李 “尹 실수해도 방어할 자신 있다”
윤석열, 이준석 운전하는 차로 평택 화재 조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대표의 ‘아이오닉’ 차량에 함께 탑승한 모습.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극적 화해를 한 두 사람은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사망한 소방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함께 이동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尹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 다 털자”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경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던 국회 예결위 회의장을 전격적으로 찾아 “모든 게 후보인 제 탓”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의총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겠다는 취지로 소집됐다. 오전에는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이 대표의 사퇴결의안 채택을 제안하며 격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에 “제가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저는 윤 후보가 어떤 실수를 해도 방어할 자신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원팀’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면서 “당원의 하나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뛸 것이고 당사에서 숙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윤 후보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국민 명령을 똑같이 받들어서 분골쇄신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자신의 차로 소방관 빈소에 후보를 모시겠다’는 이 대표의 즉석 제안을 받아들여 즉시 공동 행보에 나섰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함께 이동하는 동안 앞으로의 선거 전략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
○ “이대로면 파국” 위기의식에 극적 화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 의원들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 사진공동취재단
김기현 원내대표 등의 적극적인 중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초 윤 후보는 의총장 방문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윤 후보 측에게 “의원들이 몇 시간째 이 대표 문제로 격론을 벌이고 있다”며 방문을 설득했다는 것. 이 대표도 이번 선거가 패배로 끝날 경우 자신의 향후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의총선 “사이코패스” 등 막말도 오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심각했다. 윤 후보는 오전 10시경 시작된 의총에 참석해 “당 내부의 혼선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선 안 된다”며 이 대표의 돌출 행동을 공개 경고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퇴장한 뒤에도 격론이 이어졌다. 박수영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우리 당 안에 사이코패스, 양아치가 있다”며 격한 말을 내뱉었다. 김태흠 의원은 “이 대표의 ‘연습문제’라는 표현은 오만방자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사퇴 결의를 하면 대선이 세대 결합론이 아니라 세대 내전으로 간다”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이 대표는 한때 의총 발언의 모두 공개를 조건으로 내걸며 의총 참석을 버텼다. 그러다 오후 5시 20분경 ‘모두발언만 공개하되 이후 토론은 비공개 진행’을 조건으로 의총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28분간 즉석연설을 통해 “제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제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젊은 세대가 우리 당에 돌아오는 것이 본질”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듣기 불편하다”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