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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남녀결합만 혼인…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자격 인정 안돼”

입력 | 2022-01-07 14:22:00

동성 부부 소성욱(왼쪽), 김용민 씨가 2021년 12월1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18/뉴스1 © News1


동성(同性) 부부에게는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성 부부를 법적인 사실혼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피부양자 자격 대상인 배우자가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7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 법이 말하는 사실혼이 남녀결합을 근본요소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해석할 근거가 없다”며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으며 이성과 동성의 결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호주나 덴마크, 독일 등이 법제도로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등 혼인을 이성 간 관계로 제한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로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혼인제도란 사회문화적 함의의 결정체이므로 그 인정 여부는 개별 국가의 사회적 수요와 합의에 따라 결정될 일로 원칙적으로는 입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해석만으로 동성간 결합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행법 체계상 이 사건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 어렵기 떄문에 이 같은 취지에서 건보공단의 보험료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소씨는 “저희에게는 가족으로서, 부부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믿는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소씨의 남편 김용민씨는 “저희 결혼식에 300명 넘는 하객이 왔다”며 “모두가 인정하는 부부인데 법원만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동성커플은 피부양자 자격이 없고 혼인도 안돼 한국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판부가 입법부 문제로 떠넘겼지만 저희 관계를 인정받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6년차 동성부부 김씨와 소씨는 2020년 2월 동성부부도 사실혼 배우자로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 해당하는지를 건보공단에 문의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고 소씨가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 시행규칙이 정한 부양요건에 부합해야만 될 수 있다. 배우자는 부양이 인정되면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동성커플을 부부로 인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건보공단은 2020년 10월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화하고 보험료를 따로 부과했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피부양자 지위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까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동성 부부는 실질적 혼인관계에 있음에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피부양자 자격 무효화에 따른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