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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꾼 나락서 수십억 자산가로… “우연히 읽은 마케팅 책이 인생 바꿔”[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 2022-01-08 03:00:00

[이런 인생2막]4050 재테크 멘토로 나선 이의상 씨
3500원 국밥값도 아끼던 40代초반… 주경야독 자기계발-사업 확대 병행
재테크 전문 63만 구독 유튜버 변신… 수익형 부동산-지식창업 등 강의
중년대상 온라인 플랫폼 만들어… 40代 중후반엔 현금흐름 구축 필수
준비 않으면 절대 부자 될 수 없어



이의상 대표의 40대는 사업 실패와 빚더미, 가족 해체로 나락에 빠졌다. 8년간 쪽방과 고시원, 반지하방을 전전하는 중에도 그를 지탱해준 것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최근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구축한 이대표가 한 강사가 촬영중인 스튜디오에 잠시 들렀다(아래 왼쪽 사진). 채널 구독자가 1만 명이 된 시점에 ‘월수입이 300만 원’이라고 단희TV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이 대표(아래 오른쪽 사진).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유튜브화면 캡처


유튜브 추천으로 그의 영상을 접한 건 꽤 오래전이다. 은퇴를 앞둔 40, 50대를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재테크, 건강, 1인 지식창업 등의 소재를 열심히 다루는 유튜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집 한 채 가진 부부가 노후 주거와 현금 흐름을 동시에 확보할 방안을 케이스별로 제시하거나 자신이 소규모 원룸빌딩을 짓고 분양하는 과정을 수개월에 걸쳐 공개하는가 하면, 단식으로 두 달 만에 18kg 감량한 뒤 신체나이가 27세로 돌아간 비결을 공유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단희TV’를 운영하는 이의상 단희캠퍼스 대표(55) 얘기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관심은 다른 계기로 커졌다. 그가 40대에 겪은 개인사를 털어놓은 글들이 유튜브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2015년 무렵부터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던 내용인데, 이런 식이다.


○국밥값 3500원 아껴야 했던 서럽던 40대

유난히도 추웠던 12월 어느 날 저녁, 40대 초반이던 그는 서울 영등포시장 부근의 국밥집 앞에 20분이나 서 있었다. 막노동을 끝내고 1평짜리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3500원짜리 국밥이 끓는 구수한 냄새. 마음속 두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그냥 먹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vs “지금 국밥은 사치야. 다음 달 대출이자 낼 돈도 없어.”

결국 유혹을 이겨낸 그는 지친 발길을 고시원으로 옮겼다. 고시원에선 저녁에 밥과 김치가 제공됐고 그는 매일 저녁을 그렇게 해결했다. 그날 밥솥엔 밥이 딱 한 공기 분량, 김치는 국물만 남아 있었다. 냉장고 구석에서 거의 빈 참기름 병을 발견한 그는 방에 있던 고추장에 밥을 비비고 참기름 병을 거꾸로 들었다. 한참 기다려 몇 방울. 손으로 기름병을 녹여 몇 방울 더. 고소한 향기에 눈물이 났다. 밥이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해 조금씩 떠서 씹어 먹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30대 후반, 재산과 가족, 희망을 모두 잃다

30대 후반, 11년 재직한 한국전력공사에서 나와 도전한 사업이 실패했다. 동료들의 사기에 넘어갔다. 10억 원대 빚을 짊어졌고 부인과도 이혼했다. 이 시기 아버지가 혈액암 판정을 받았는데 사채업자를 피해 찜질방을 전전하느라 제대로 치료도 못 하고 보내드려야 했다.

“재산도, 가족도, 희망도 없는 가운데 두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죠. 그 뒤 조금씩 기어올라온 셈입니다. 노숙 생활 6개월을 거친 뒤 하루 2500원 쪽방 생활, 월세 24만 원의 고시원 생활 2년, 4평짜리 반지하 원룸 생활 2년….”

55세가 된 지금 그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소형 건축 시행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1인 지식 창업 전문가, 유튜브 전문가에 수십억 자산가가 돼 있다. 여기저기 강연에 불려 다니고 상담 스케줄에 쫓긴다. 40대에서 50대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케팅의 소중함, 자기계발

인생을 바꾼 건 우연히 집어든 책 한 권이었다.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던 2007년 무렵, 쪽방집 화장실에 누군가가 휴지 대용으로 가져다 놓은 듯한, 표지도 없는 책.

“5일째 비가 와서 막노동을 나갈 수가 없었어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제본된 낡은 책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의 어느 성공한 마케팅 전문가의 이야기였어요. 책을 들고 제 방으로 돌아와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에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과 간단한 실례가 적혀 있었다. 예컨대 ‘카피 문장 한 줄만으로 매출을 10배 이상 올릴 수 있다’며 그 사례를 들어주는 식이다. 밤새도록 그 책을 읽었다. “희망이, 목표가, 나아갈 길이 생겼어요.”

그날 이후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매일 막노동판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저자가 알려준 꼭 필요한 지식들을 공부했다. 포지셔닝, 브랜딩 전략, 온라인 마케팅, 카피라이팅, 스토리텔링, 비즈니스 모델 구축전략 등. 막노동 수입 중 쪽방 생활비와 하루 한 끼 식비를 제외하고 모두 공부하는 데 투자했다. 스리잡, 포잡을 뛰면서 인터넷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 작업을 병행했다. 강연 요청이 늘고 수익형 부동산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 점차 빚을 갚고 49세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해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8년 이상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했죠. 이사하던 그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제가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전의 자신처럼 삶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독립의 길을 공유하며 돕고 싶어 한다.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한때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분들도 있었는데 뭔가 잘 안 풀린 거죠. 저는 처절한 40대를 헤쳐 나가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그분들에게 정보나 손길을 줬다면 좀 더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놀라운 것은 부동산 재테크나 신축 리모델링, 마케팅, 유튜버 등 현재 전문가라 불리는 직업들을 모두 마흔 이후에 시작했다는 점이다.

“열심히 한다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제가 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저서 ‘마흔의 돈 공부’도 그 일환인지….

“직장인 평균 은퇴 나이가 49세 정도라고 하죠.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이런 직장인들에게 바깥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줘야죠. 40대 중후반엔 은퇴에 대비해 현금 흐름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부동산 재테크건, 1인 지식창업이건 방법은 다양하죠.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4050 위한 인생 2막 온라인 강의 플랫폼 구축

그는 요즘 지난해 8월 구축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인클(incle.co.kr)’에 푹 빠져 있다. 은퇴를 앞둔 중년을 대상으로 은퇴 재테크 설계, 부를 위한 마인드셋, 1인 지식창업 등을 다루는데 지금까지 300여 명의 강사가 만든 3000여 개의 강의 콘텐츠가 쌓였다. 월 회비 9500원에 전체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아직 회원은 2500명 수준이다.

―수익사업과 공익사업 사이, 어느 지점인가요.

“당장은 무조건 적자예요. 하지만 성장하면 여러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봐요. 이 일은 일종의 벤처입니다. 슬슬 콘텐츠 상차림도 됐고 투자 유치도 받을 계획입니다.”

유튜브 채널 단희TV는 현재 구독자가 62만7000명이다. 그는 2018년부터 4050세대에게 1인 지식창업 사례로 유튜버가 돼 볼 것을 권하며 자신의 채널이 구독자 수에 따라 광고 수입이 어떻게 변하는지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구독자 5000명일 때 월 30만 원 선, 10만 명을 넘긴 시점에는 28일간 7453달러(약 897만 원)가 통장에 찍혔다. 영상에는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그 과정을 보여줘 좋다’거나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요즘 단희TV는 월 1000만 원대 수입을 올린다. 간접광고(PPL)나 협찬광고 등을 받으면 월 수억 원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자체광고는 하지 않는다.

“1인 기업가로서 1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제 소명을 깨달았습니다. 저처럼 1인 기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삶의 희망과 꿈과 목표와 열정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 일을 할 때 정말 행복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이걸 꼭 전하고 싶습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