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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방역 패스 논란’…전 세계 곳곳에서 논쟁 격화

입력 | 2022-01-08 19:30:00


우리 정부가 도입한 방역 패스가 소송전까지 거치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미주와 유럽 등지에서도 백신 의무화 등 전염병 대응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00인 이상 사업장 백신 의무화 조치가 대법원의 특별 심리까지 올라간 상황.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전염병 시대 자유와 의무’가 전 세계적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美, ‘100인 이상 사업장’ 사실상 백신 의무화…대법원 특별 심리
코로나19 백신 ‘최다 보유국’인 미국은 백신 접종 찬반론으로 오래 전부터 몸살을 앓아왔다. 취임 직후 적극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여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00인 이상 사업장 백신 접종 의무화를 예고했었다.

수정헌법 1조부터 ‘자유’가 언급되는 미국답게 반발의 목소리는 즉각 터져 나왔다. 특히 공화당 잠재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곧장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자유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기도 했다.

예고부터 논란을 불렀던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의무화 조치는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구체적으로 11월 발표된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100인 이상 사업장 상대 백신 또는 검사 의무화 조치가 심리 대상이다.

연방대법원은 새해 초인 7일로 이 사안 특별심리 날짜를 잡았는데, CNN은 이를 두고 “판사들의 연휴 휴식까지 단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눈이 쏠렸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는 “누군가는 전 세계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미국이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의무 접종) 주장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사례로 귀결된다”라고 평가했다.
◆‘백신 여권’ 도입했던 EU…국내 의무화 놓고는 ‘시끌’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백신 여권을 도입, 백신 접종 시민의 역내 여행 편의를 보장했었다. 그러나 국외 여행과 별개로 국내 일상 생활 영위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두고는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카페 등 이용을 제한하는 백신 패스와 관련, “미접종자들을 정말 열 받게(piss them off) 하고 싶다”라고 발언해 거센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미접종자에 불편을 초래하는 게 접종 전략 일환이라는 취지다.

보건 위기 상황에서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위협한다면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장 정계에서부터 마크롱 대통령 발언 및 백신 패스와 관련해 당파를 가리지 않고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미접종자를 2등 시민(second-class citizens)으로 만든다”라고 했고, 공화당 브뤼노 르타이유 상원의원은 “어떤 보건 비상 사태도 이런 발언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했다. 좌파 정당 앵수미즈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백신 패스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집단적 처벌”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 역시 방역 패스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특히 60대 이상 미접종자에 매달 벌금을 매기기로 한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방침을 두고 ‘시민의 자유 침해’라는 논리와 ‘민주주의와 무모함은 같지 않다’는 논리가 대립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존재한 반발…‘개인의 선택’ vs ‘의무’ 대립
사실 방역 패스 이전에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논란은 꾸준히 불거져 왔다. 당장 가장 기본적인 방역 지침으로 평가되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도 서구 사회에서는 팬데믹 초기부터 거센 반발이 있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공공 장소 마스크 착용 찬반론이 지난 2020년 대선 트럼프·바이든 당시 후보 간 기 싸움으로 치닫기도 했다. 팬데믹 초기 공석에서 고집스레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의식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자주 언론에 비교 대상으로 등장했다.

학교 내 마스크 착용을 두고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운 부모가 등교길 마스크 착용 반대론자들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마스크 착용 반대론자들은 “마스크는 강간”이라는 극단적인 구호까지 외쳤었다.

일회적으로 착용하고 벗을 수 있는 마스크 착용만 두고도 이처럼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백신 접종의 경우 신체에 직접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역 지침보다 논란의 여지가 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기존 임신중절(낙태) 옹호자들의 구호였던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이 백신 의무화 반대자들의 구호로 널리 사용됐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개인의 선택은 당신의 선택이 타인을 해치지 않을 경우에만 괜찮다”라고 지적, 백신 접종이 선택이 아니라 공공의 의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염병이 국가적 우선순위 바꿔…팬데믹 피로가 저항 키웠다”
일단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인 흐름은 백신 의무화 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발언이 불러온 논란에도 ‘백신 패스’ 법안이 하원 문턱을 통과했다.

그러나 백신 의무화를 위시한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찬반론자들의 토론과 설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은 ‘보건이 첫 번째, 자유는 두 번째? 코로나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바꾸고 있나’라는 기사에서 “봉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코로나 패스까지 팬데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시민의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으로 이어져 왔다”라고 지적했다.

AFP는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지적, “팬데믹이 국가의 우선순위를 어느 정도로 바꿨는지를 강조한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위기의 초입에는 대중의 코로나19 규제 수용도가 높았지만, 팬데믹의 피로가 새로운 규제에 대한 저항이 커지도록 부채질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