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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소방관 마지막 길 조용히 지킨 文…“의전 준비 말라”

입력 | 2022-01-08 19:32:00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3명의 소방관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렸다.

예기치 못하게 소방관을 다시 떠나보낸 문 대통령은 조용히 영결식장을 찾아 순직 소방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배웅하는 것으로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 경기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순직 소방관들의 넋을 기렸다.

필수 수행원과 함께 조용히 영결식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단상이나 맨앞줄 좌석이 아닌, 중간 자리에서 일반 참석자들과 섞여 영결식을 함께했다. 자리에 앉아 순직 소방관 동료들의 조사를 묵묵히 경청했다.

동료 소방관의 조사 도중엔 안경 안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북받친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별도 추도사도 없었고, 유족들의 헌화와 분향을 지켜본 뒤 마지막 순서로 헌화·분향을 마쳤다. 분향을 마친 문 대통령은 유가족 한 분 한 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합동영결식을 끝까지 지킨 문 대통령은 순직 소방관의 운구 차량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떠날 때까지 이석하지 않고 고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이흥교 소방청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과 소방대응체계 정비를 지시했고, 장의위원장인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에게는 공사 현장의 위험물질 관리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의 합동영결식 참석은 전날까지 예정에 없었다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지난 6일 오후 빈소 조문을 다녀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새벽에서야 직접 참석을 결정했다. 보고 받은 자리에서 “마음이 애달프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 대통령의 참석 결정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라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는 것이니, 별도의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려 말고 영결식 참석자 이상으로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탁 비서관은 전했다.

조사 준비 여부에 대한 탁 비서관의 확인 질문에 문 대통령은 “조사 없이, 그저 순서가 허락하면 헌화와 분향 정도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시했다.

탁 비서관은 “조사 한마디 하지 않으신 그 두 시간 동안,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려 쓰지도 않은 마스크를 자꾸 밀어 올리며 눈물을 찍어 내던 모습을 나는 조용히 보았다”고 문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본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영구차가 떠나기 전 20여 분 동안 순직 소방관들의 동료들과 함께 겨울 바람을 맞으며 서 계신 대통령의 모습이, 나는 추웠다”며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지난 소방의 날 대통령이 소방관들에게 했던 말씀이 자꾸만 생각난다”고 했다.

고(故) 이형석(50) 소방위,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는 지난 5일 오후 11시46분께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에 투입돼 인명 수색작업 도중 순직했다.

정부는 고인들에게 각각 1계급 특진과 옥조(玉條)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 됐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빈소를 방문한 유 실장을 통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마지막까지 맞서다 순직한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는 위로 메시지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들의 순직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하신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소방대원 합동영결식 참석은 2019년 12월 독도 소방구조헬기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 후 2년 여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10일 대구 계명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거행된 故 김종필·서정용·이종후·배혁·박단비 대원의 합동영결식에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다섯 분의 희생이 영원히 빛나도록 힘쓰겠다”면서 “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 소방가족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서울·평택=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