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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어요”[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 2022-01-09 07:00:00

4050의 인생2막 - 멘토 자처하는 63만 유튜버 이의상 씨
사업실패로 나락에 빠져 보낸 40대,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주경야독 자기계발, 사업확대 병행
63만 구독자 거느린 유튜버, 4050의 돈 건강 외로움에 관심
40대 중반부터는 노후 현금흐름 구축할 길 준비해야




유튜브 추천으로 그의 영상을 접한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주로 은퇴를 앞둔 40-50 세대를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재테크, 건강, 1인 지식 창업 등의 소재를 열심히 다루는 유튜버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집 한 채 가진 부부가 노후 주거와 현금흐름을 동시에 확보할 방안을 케이스별로 제시하거나 직접 소규모 원룸빌딩을 짓고 분양하는 과정을 시리즈로 공개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노인을 모시고 살 때 주의할 점을 꼼꼼하게 알려주는가 하면 단식으로 두 달 만에 18kg 감량한 뒤 신체나이가 27세로 돌아간 비결을 공유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단희TV’를 운영하는 이의상 단희캠퍼스 대표(55) 얘기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관심은 다른 계기로 커졌다. 그가 40대에 겪은 개인사를 털어놓은 글들이 유튜브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2015년 무렵부터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던 내용들인데, 이런 식이다.

이의상 대표의 40대는 사업실패와 빚더미, 가족 해체로 나락에 빠져 지나갔다. 쪽방과 고시원, 반지하 살이를 거치면서도 그를 지탱해준 것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국밥값 3500원 아껴야 했던, 서럽던 40대
유난히도 추웠던 12월 어느 날 저녁, 40대 초반이던 그는 영등포시장 부근의 국밥집 앞에 20분이나 서 있었다. 막노동을 끝내고 1평짜리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골목초입에 자리한 국밥집은 가게 바깥에 큰 솥을 걸고 국을 끓이고 있었다. 3500원짜리 국밥이 끓는 뽀얀 연기와 구수한 냄새. 그의 마음 속에서 두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그냥 먹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국밥은 사치야. 다음 달 대출이자 낼 돈도 없어”

결국 유혹을 이겨낸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고시원으로 향했다. 고시원에선 저녁에 밥과 김치가 제공됐고 그는 돈을 아끼려 매일 저녁을 그렇게 해결했다. 그날 밥솥 바닥엔 밥이 딱 한 공기 분량, 김치는 국물만 남아 있었다. 냉장고 구석에서 거의 빈 참기름 병을 발견한 그는 며칠 전 사놓은 고추장을 떠올렸다.

밥 한공기와 참기름 병을 들고 방으로 돌아와 고추장에 밥을 비비고 참기름 병을 거꾸로 들었다. 한참 기다려 몇 방울. 손으로 기름병을 녹여 몇 방울 더. 고소한 향기에 눈물이 났다. 밥이 허기를 채우기에 부족해 조금씩 떠서 씹어먹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이 글의 말미에 그는 이렇게 썼다. “이제는 따끈한 국밥을 돈 고민 없이 편히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따지고 보면 행복이란 매우 단순한 것인가 보다.

서민의 음식 국밥 한 그릇이 때로는 배고픈 40대에게 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동아일보DB


겨우 몸을 눕힐 정도의 방과 좁은 통로. 고시원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라기보다 주택 없는 사람들의 값싼 거주공간의 기능을 해주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의 한 고시원. 동아일보DB


○ 30대 후반, 재산과 가족, 희망을 모두 잃다
30대 후반, 11년간 재직한 한국전력공사에서 나와 도전한 사업이 실패했다. 동료들의 사기에 넘어갔다. 10억 원대 빚을 짊어졌고 부인과도 이혼했다. 이 시기 아버지가 혈액암 판정을 받았는데 사채업자를 피해 찜질방을 전전하던 그는 제대로 된 치료도 못하고 보내드려야 했다.

“그야말로 밑바닥 생활을 했습니다. 재산도, 가족도, 삶의 희망도 없는 속에서 두 번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죠. 솔직히 너무 어려웠던 시절은 기억도 뒤죽박죽입니다. 당시엔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그 뒤 조금씩 기어 올라온 셈입니다. 노숙생활 6개월을 거친 뒤 하루 2500원 쪽방 생활, 그 뒤엔 월세 24만원 1.7평짜리 고시원 생활 2년, 4평짜리 반지하 원룸 생활 2년…. 8년 넘게 걸렸습니다.”

55세가 된 지금 그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소형 건축 시행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1인 지식 창업 전문가, 유튜브 전문가에 수십억 자산가가 돼 있다. 여기저기 강연에 불려다니고 상담 스케줄에 쫓기며 3년 전 만든 단희캠퍼스의 CEO를 맡고 있기도 하다. 40대에서 50대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8년 경 구독자가 1만 명이 된 시점에 월수입이 300만 원이라고 ‘단희TV’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는 이 대표. 유튜브 캡처


○ 마케팅의 소중함, 자기계발
인생을 바꾼 건 우연히 집어든 책 한권이었다. 절망 속에 허우적대던 2007년 여름, 쪽방집 화장실에 누군가가 휴지 대용으로 가져다놓은 듯한, 표지도 없는 책이었다.

“5일째 비가 와서 막노동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낡은 제본된 책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의 어느 성공한 마케팅 전문가의 이야기였어요. 책을 들고 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간 중간 찢겨져 있었지만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도 한때 사업에 실패해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배운 마케팅의 힘으로 지금은 풍요롭게 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책에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과 간단한 실례가 적혀 있었다. 예컨대 ‘카피 한 줄로 매출을 10배 이상 올릴 수 있다’며 그 사례를 들어주는 식이다. 밤새도록 그 책을 읽었다. 희망이, 목표가, 나아갈 길이 생겼다.

¤그날 이후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매일 막노동판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저자가 알려준 꼭 필요한 지식들을 공부했다. 포지셔닝, 브랜딩전략, 온라인 마케팅, 카피라이팅, 스토리텔링, 비즈니스모델 구축전략 등. 막노동으로 번 돈 중 쪽방 생활비와 하루 한끼 식비를 제외하고 모두 마케팅과 브랜딩을 공부하는 데 투자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2년이 지나갔다. 쓰리잡 포잡을 뛰면서 인터넷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 작업을 병행했다. 강연요청이 늘었고 수익형 부동산 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됐다. 점차 빚을 갚고 49세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해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반려견 ‘모모’도 함께 했다.

“노숙으로부터 8년 넘게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했죠. 이사하던 그 날은 제 삶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노숙할 수 없어 택하는 주거 쪽방촌. 동아일보DB


○ “제가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그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부에 대한 철학’과 ‘실전 재테크 노하우’를 지난날의 자신처럼 삶이 막막한 사람들과 공유하며 희망을 꿈꿀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한때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분들도 있었는데 뭔가 잘 안 풀린 거죠. 저는 처절한 40대를 헤쳐 나가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그분들에게 정보나 손길을 줬다면 좀 더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런 그는 사람이 얼마나 환경에 지배받는 존재인지 처음 알았다고 한다. “가령 쪽방에서 몇 달 살면 누구나 부스스해집니다. 아무데나 침 뱉고 씻지 않고, 자연스레 그렇게 살게 되죠. 환경을 바꿔줘야 하는 거예요.”

놀라운 것은 부동산 재테크나 신축 리모델링, 마케팅, 유튜버 등 그가 현재 ‘전문가’라 인정받는 여러 직업들을 모두 마흔 이후에 시작했다는 점이다.

“열심히 한다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제가 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저서 ‘마흔의 돈 공부(다산북스)’도 그 일환인지.

“직장인 평균 은퇴 나이가 49세 정도라고 하죠.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준비가 안 돼 있어요. 경제관념도 부족하고요. 직장생활 한 20년 하고나면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런 직장인들에게 바깥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줘야죠. 40대 중후반엔 은퇴에 대비해 현금 흐름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부동산 재테크건, 1인 지식창업이건 방법은 다양하죠.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새로 출범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인클’의 사명과 미션이 적힌 팻말 앞에 선 이의상 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4050위한 인생2막 온라인 강의 플랫폼 구축
그는 스스로를 ‘단희쌤’이라 부른다.

-왜 단희라는 이름을 쓰시나요? ‘쌤’은 또 뭔가요?

“10년전 제가 존경하는 주역 사상가가 지어준 아호인데, 아침단(旦)에 빛날 희(熙)자예요. 이 이름을 쓰면 이름대로 살게 된다는 말을 믿고 있어서요. 다만 조금 쑥스러워요. 그래서 ‘쌤’을 붙이면 조금 가볍고 장난기도 느껴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 4050을 대상으로 인생2막을 위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인클’(incle.co.kr)을 시작했다. 은퇴를 앞둔 중년을 대상으로 은퇴 재테크 설계, 부를 위한 마인드셋, 1인 지식 창업 등을 다루는데 지금까지 300여명의 강사가 만든 3000여개의 강의 콘텐츠가 쌓이고 있다. 월회비 9500원에 전체과정을 들을 수 있는데, 아직 회원은 2500명 수준이다.

-수익사업과 공익사업 사이, 어느 지점인가요?

“당장은 무조건 적자예요. 하지만 성장하면 여러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봐요. 이 일은 일종의 벤처입니다. 이제 슬슬 콘텐츠 상차림도 됐고 투자유치도 받을 예정입니다.”

유튜브 채널인 단희TV는 현재 구독자 62만 7000명. 그는 2018년부터 4050 세대에게 1인지식창업 사례로 유튜버가 돼 볼 것을 권하며 자신의 채널이 구독자 수에 따라 광고수입이 어떻게 변하는지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구독자 5000명일 때 월 30만 원선, 3만 명일 때 500만 원이 들어왔다고 했다. 구글은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한 유튜버에게 실버버튼을 보내주는데, 그가 실버버튼 개봉 영상을 올릴 때 공개한 광고수익은 28일간 7453달러(약 897만원)였다. 이런 영상에는 ‘이미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조언하는 게 아니라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그 과정을 보여줘 좋다’거나 ‘영상을 보다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그의 책상 한구석엔 문구점을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필기구가 있다. 색색의 필기구를 골라 쓰고 만져보고 하는 게 그가 누리는 호사이자 취미라고.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년에도 좋은 기회
요즘 단희TV는 구글이 보내주는 것만 월 1000만 원대 수입을 올리는데 그 밖의 광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구독자가 많은 채널에서 PPL(간접광고)이나 협찬광고 등을 하면 월 수억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콘텐츠를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그가 이런 영상을 올리는 이유는 4050 직장인들에게 유튜버도 좋은 1인 지식창업이라 보기 때문이다.

“직장인과 은퇴자들이 자신만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어요. 다만 요령이 필요합니다. 1인지식기업의 두 가지 무기는 말과 글이에요. 이건 공부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자 강연 같은 데 가보면 책 내용은 대단한데 강의력은 못 미치는 저자가 있는 반면, 책은 허접한데 청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강의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저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실력 키우는 데만 에너지 쓰지 말고 30% 정도는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도 이 정도로나마 말하기 위해 이런 저런 학원도 다녀보고 정말 노력 많이 했습니다.”
○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매일 새벽 4시 기상. 5시 반까지는 회사에 나온다. 이때부터 9시까지의 3시간 반이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창의적인 기획을 한다.

“1인 기업가로서 1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제 소명을 깨달았습니다. 저처럼 1인 기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삶의 희망과 꿈과 목표와 열정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세가 넘어도 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 일을 할 때 정말 행복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이걸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