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새해 첫 날 탈북민이 월북한 ‘유턴’ 사건과 관련해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의 현실을 조명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해당 30대 초반 탈북민은 2020년 11월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가 새해 벽두에 다시 월북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7일(현지 시간) 극심한 빈곤 등에서 벗어나고자 북한을 탈출해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들이 겉으로는 행운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탈북자의 ‘유턴’으로 드러난 남한 생활의 냉혹한 현실”이라는 기사에서 새해 첫 날 발생한 김모 씨의 월북에 대해 “폐쇄회로TV(CCTV)에서 그를 5번이나 놓친 한국군의 무능보다 놀라운 것은, 김씨의 월북 동기”라고 보도했다.
탈북민 대부분은 한국 생활에서 높은 실업률,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을 겪는다. 2015년 한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사망 원인 가운데 15%가 자살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14개월 만에 동부전선의 3m 높이 철책을 넘어 탈북한 김 씨가 이 같은 고립된 빈곤 탈북민의 삶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야간에 빈 사무실을 청소하는 용역원으로 일했는데,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드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은 김 씨의 월북 전날 “새 것 같은 포대기와 매트리스 등을 버리는 것을 보고 우리가 쓰면 안 되냐고 말할까 하다가 교류가 없던 사이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탈북민 여성 이 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그는 경제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 남편과 가정을 꾸린 성공한 탈북민에 속한다. 그러나 탈북 초기에는 그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정착지원 기관에서 받은 교육이 사회 적응에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보다 남측 시각의 역사에 대한 교육 위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특히 줄임말, 유행어, 외래어 등으로 변화가 활발한 남측 언어에 적응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탈북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미묘한 편견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사람이 잘 살면 ‘북한사람이 왜 벤츠를 몰지’ 같은 말을 하더라”라며 “한국 사람과 결혼했을 때 ‘북에서 왔는데도 좋은 남편을 찾았구나’라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