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도쿄 긴자의 메인 도로는 주말을 맞아 차량 통행이 금지되자 쇼핑 인파들이 가득 채웠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에서 4개월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8000명을 넘는 등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강한 행동규제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외출하려는 인파가 연휴(8~10일) 기간 도쿄 도심 곳곳에 몰리는 이례적인 모습도 나타났다.
NHK에 따르면 8일 일본의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는 8480명으로 작년 9월 11일(8801명) 이후 처음 8000명 대를 기록했다. 1주일 전인 1일(534명)과 비교하면 16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9일부터 31일까지 오키나와현, 야마구치현, 히로시마현 등 3곳에 ‘만연방지 등 중점 조치’를 발령했다. 코로나19 대책 중 가장 강한 게 ‘긴급사태’이고, 그 다음이 중점조치다. 지난해 10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이 출범한 후 코로나19 행동 규제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야마구치현과 히로시마현은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했고 주류 판매도 금지시켰다. 오키나와현은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지만 주류 제공은 가능하도록 했다.
감염 급증에도 불구하고 8~10일 연휴 기간 도쿄 내 관광지에는 외출 인파가 대거 몰렸다. 9일 도쿄 긴자의 메인 도로는 주말을 맞아 차량 통행이 금지되자 쇼핑 인파들이 도로를 가득 채웠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에선 구매 전에 옷을 입어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 모습이 보였다. 여성 직원은 “코로나19 이전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작년 말부터 손님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긴자 도로 한 가운데에는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길거리 음악가 모습도 보였다. 2019년만 해도 주말에 긴자 거리에서 길거리 음악가를 보는 것은 흔했지만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발 이후에는 모습을 감췄다. 긴자 메인 도로의 가로수에는 화려한 조명을 달아 루미나리에(조명건축물) 거리를 연출하면서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다.
8일 도쿄 아사쿠사의 유명 사찰 ‘센소지’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오전부터 연인과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로 넘쳤다. 보행자들이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밀집 상태였다. 도쿄 인근 지바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은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면 외출하기 힘들어질 것 같아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의 점원은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걸 보니 오랜만에 코로나19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전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해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도쿄도에는 아직 긴급사태나 중점조치가 발령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쿄도는 자체 조치를 발령해 음식점에 테이블 당 현재 ‘8명 이하’ 인원 제한을 ‘4명 이하’로 줄이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기간은 일단 11일부터 이달 말까지다. 또 일행이 5명 이상일 경우 백신 접종증명을 확인하게끔 권장했다. 다만 이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잠정 조치여서 음식점 측이 어기더라도 벌칙은 없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