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스 애스토리아 인근의 무료 급식소(푸드뱅크)에서 시민들이 추수감사절에 먹을 칠면조 고기 등 식료품을 배급받고 있다.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미국 저소득층은 기초 생필품조차 구입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과잉 유동성을 쏟아내면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다. 40년 만에 최고로 물가가 치솟은 미국에선 1970, 80년대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난방 수요가 많은 한겨울에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자 유럽연합(EU)에선 연료비뿐 아니라 다른 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동유럽, 중동, 남미에선 인플레이션이 정정 불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유혈 사태는 토카예프 정부가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를 폐지하자 시민들이 반발해 시위에 나서면서 점화됐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를 내려야 물가가 안정된다”는 황당한 개인적 신념에 따라 기준금리를 낮췄다가 물가가 폭등해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좌파 집권이 확산하는 남미의 ‘핑크 타이드’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의 영향이 크다.
한국도 소비자 물가가 3개월 연속 3%대 상승했다.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나아 보이지만 한국 물가엔 자가 주거비 등이 빠져 있어 국민의 고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폭등한 집값은 전월세 가격까지 끌어올려 주거비 부담을 늘린다. 생활물가도 높아져 1만 원 아래 외식 메뉴를 찾기 어렵게 됐고, 커피 가격도 곧 7∼10%나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