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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포기하지 마. 너는 목표에 거의 도달했어”

입력 | 2022-01-10 03:00:00

1984년 10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열린 TV토론에서 73세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왼쪽)은 “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레이건 대통령보다 17세나 젊었던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는 훗날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졌구나’를 직감했다”고 회고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도서관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82세 대통령을 맞게 됩니다. 대통령은 진취적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고령(高齡)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령으로 대권에 도전한 정치인들의 ‘나이 문제 대응법’을 알아봤습니다.

△“I‘m a great respecter of fate.”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운명론을 꺼내들었습니다. 자신을 ‘운명을 존중하는 사람(respecter of fate)’이라고 했습니다. 고령이지만 또 한 번의 대통령 도전이 운명이라면 순응하겠다는 뜻입니다. ‘respect(존경하다)’의 명사형인 ‘respecter’는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좋게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존중하다’는 뜻이고, 뒤집어 보면 ‘차별하다(가리다)’는 뜻이 됩니다. 후자의 경우는 ‘no respecter of persons(사람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적용된다)’라는 관용어로 많이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Death is no respecter of persons)’는 격언이 있습니다.

△“I’m cognitively there.”


2020년 74세 때 재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인지력(정신 건강)이 국정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선 유세 때 인지력 검사 결과를 자랑하며 “나는 인지적으로 거기에 있다”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존재를 나타내는 ‘be’ 동사 다음에 먼 곳을 나타내는 ‘거기(there)’가 나오면 “목표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I‘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

1984년 73세에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적수였던 56세의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이를 이슈화하자 “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많은 나이를 귀중한 정치 자산으로 만들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역대 대선후보 토론에서 나온 명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도 정신 건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렇게 재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나라를 이끌어도 문제가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