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자 어서 가자 / 끝이 기다리는 시작으로 / 가자.”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 관악기의 위풍당당한 선율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응원가다. 이를 접목한 ‘원더랜드(WONDERLAND)’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오프닝 곡으로 제격이었다.
종호의 4단 고음은 2년 만에 대면 콘서트를 재개한 그룹 ‘에이티즈(ATEEZ)’와 이를 기다린 팬덤 ‘에이티니(ATINY)’를 위한 ‘팡파르’였다.
에이티즈와 에이티니가 유대감을 통해, 만나지 못한 날들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함께 확인했다. 모든 건 언젠가 끝나게 돼 있지만, 에이티즈의 본격적인 항해는 이제 시작이었다.
2018년 10월24일 ‘어 틴에이지 지(A TEEnage Z)’라는 뜻으로, ‘10대들의 모든 것을 담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데뷔한 에이티즈는 데뷔 3년여 만에 4세대 K팝 보이그룹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지난해 미니 7집 ’제로 : 피버 파트 3‘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빌보드 200‘에서 42위, 첫 리패키지 EP ’제로 : 피버 에필로그‘로 ’빌보드 200‘ 73위를 차지한 것이 예다.
’피버 시리즈‘를 열정적으로 마무리하며 한 계단 더 성숙해진 에이티즈는 이날 세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자신들의 역량을 확인시켰다.
특히 이번 월드투어에서 처음 공개한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 무대는 세련된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교차하는 거울들 사이로 방황하는 에이티즈 멤버들의 모습을 그렸다. 거울을 이용해 서로를 투영한 듯한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페어 안무는 관능적이었다.
한국적인 멋을 강조하는 ‘멋’(흥 Ver.) 무대는 정말 말 그대로 멋스런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왜 콘서트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관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짝수는 동선 구성이 어려워 피하는 조합인데, 8명으로 구성된 에이티즈는 매 무대마다 멤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안무들을 선보였다.
멤버들의 개별 기량도 안정됐다. 특히 찌르는 듯한 리드보컬 산의 보컬이 곡을 이끌면, 메인 보컬 종호가 모든 걸 감싸는 노래 구성도 돋보였다. 리더 홍중은 메인 래퍼답게 곡의 리듬을 좌지우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 객석은 모두 채울 수 없었다. 콘서트 첫날인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동안 총 6000명이 찾았다. 해외에서 팬덤을 형성하는 팀답게 유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에이티즈 무대는 짜릿하고 통쾌했다. 이들의 무대에 퍼포먼스가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객석에 전달됐다. 역동성과 멤버들의 실력이 무대를 자연스레 굴려나갔다.
왜 에이티즈가 4세대 대표 K팝 보이그룹 한 팀인지 수긍이 됐다. 흔히 말하는 대형 기획사가 아님에도, 왜 해외 진출의 첩경을 만들고 있는지도 이해가 됐다.
공연 막바지 멤버들 앞에서 에이티니가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 언제나 빛나게 해줄게”라고 적힌 슬로건을 활짝 펴들었다. 멤버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 에이티즈는 평탄했던 그룹이 아니다. 다른 대형 기획사 아이돌처럼 데뷔하자마자 주목 받지 못했다. 더구나 한창 주가를 올린 상황에서 투어를 돌며 인기를 다져야 하는데,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돌연 찾아왔다. 하지만 에이티즈는 이 불안한 상황들을 뚫고 다시 날개를 폈다.
홍중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의심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가 해온 것이 맞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에이티즈는 이번 서울 공연을 발판 삼아 세계 12개 도시 투어를 이어간다. 미국 시카고 애틀랜타 뉴어크 댈러스 로스앤젤레스(L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폴란드 바르샤바, 스페인 마드리드 등이다. 아직 티켓 예매가 오픈 전인 파리를 제외한 모든 도시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성원에 힘 입어 LA는 공연을 추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