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행복한 음악을 많이 들을 때 주식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런던경영대학원의 알렉스 에드먼스 연구진은 40개국 사람들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들은 5만8000곡, 총 스트리밍 횟수 5000억 번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한 국가별 음악의 평균적 긍정도를 같은 기간 각국 주식 시장의 실적과 비교했다. 이때 시장 변동성, 거시경제 정책 등 주식시장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은 통제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더 유쾌한 음악을 듣기로 한 선택이 주가 상승과 유의미한 수준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밝은 음악이 자금의 유입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음악의 긍정도는 스포티파이의 ‘에코 네스트(Echo Nest)’ 팀에서 측정하는 자료를 활용했다. 에코 네스트 팀은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스포티파이에 속한 데이터 과학 그룹이다. 이들은 모든 음악에 0부터 1사이의 긍정성 점수를 매긴다. 전문가들이 약 5000개 음악에 점수를 매기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모든 음악에 적용할 수 있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가사는 고려하지 않고 사운드와 비트 등을 이용한다. 가장 긍정도가 높게 나타난 곡으로는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September’와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Happy’를 꼽을 수 있다.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음악은 ‘툴(Tool)’의 ‘Legion Inoculant’이다. ‘아델(Adele)’의 ‘Hello’도 부정적인 편에 속한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국가별로 사람들이 듣는 음악의 평균적인 긍정성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평균은 약 0.46인 반면 멕시코는 0.63이다. 물론 이 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뀐다.
연구 결과는 사람들의 기분이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경제 모델에서는 투자자의 감정처럼 기업가치, 재무건전성 등 기업의 경제적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인은 주가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경제학자 중 일부는 투자자들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감정에 이끌려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냉철한 전문 투자자들이 그에 반대되는 거래를 해서 시장 균형이 효율적인 수준을 유지한다고 믿는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실무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동적인 인덱스 펀드 투자가 인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주식 시장이 사람들의 감정에 좌우된다는 증거 또한 꾸준히 밝혀지고 있다. 한 국가의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탈락하면 그 국가의 주식 시장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날씨나 계절적 정서와 주식 수익률과의 상관관계도 밝혀졌다. 실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의 주식 수익률이 높다.
기분은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국가가 더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규제책을 시행할 때, 날씨가 흐릴 때 또는 겨울철에 사람들은 우울한 사회적 정서와 연관된 음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단일 요인보다는 특정 기분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2022년 1-2월호에 실린 ‘사람들이 행복한 음악을 들을 때 주식 수익률이 높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스콧 베리나토 HBR 에디터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