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공단 작년 11월 점검… “배관 절단작업때 화재 위험” 지적 개선 확인했지만 한달후 화재 발생, 경찰-소방당국 등 오늘 합동감식 일정 맞춘 무리한 공사 여부도 조사… 순직 소방관 3명 주말 합동영결식 유족-동료들 ‘마지막 길’ 눈물 바다, 훈장-1계급 특진… 대전현충원 안장
예고없이 찾은 文대통령, 운구 행렬에 묵념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된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서 운구 행렬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 참석… 유해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8일 오전 열린 영결식에서는 고 이형석 소방경(51), 박수동 소방장(32), 조우찬 소방교(26)와 함께 일하던 평택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채준영 소방교(34)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었다.채 소방교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메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뜨겁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 앞에 주저앉은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영결식장을 지키던 동료들은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는 인사를 남기며 눈시울을 적셨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순직 소방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순직한 소방관 3명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 10일 합동감식… 화재 원인 본격 수사
영웅들의 마지막 미소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송탄소방서 소방관 3명이 재투입되기 약 2시간 전 동료들과 짧은 휴식을 취하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형석 소방경,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 사진 속 나머지 소방관 2명도 현장에 투입됐다가 자력으로 탈출했다. 독자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이 공사장에 대해 “4층 배관 절단 작업 시 화재 위험이 있다. 불티 비산(날아서 흩어짐) 방지포 및 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1, 4층에서는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소화기조차 없었던 것이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30일 4층에 대해 지적 사항이 개선됐음을 확인했지만 불과 한 달 후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사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고 그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사고로 약 한 달간 공사가 중단됐지만 준공은 올 2월로 바뀌지 않았다. 경찰은 늦은 밤 시간에 화재가 발생한 만큼 준공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10일 합동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이 집중 감식 대상이다. 7일에는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 6개 회사 12곳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
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