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나토-EU, 러와 릴레이 회담… 美, 미사일 배치 양보 카드로 담판 러 “굴복 안해”… 협상 전망 어두워… 美, 러의 우크라 침공땐 제재 윤곽 국제은행간 거래 막고 수출도 통제… 美언론 “美 반도체 쓴 한국산 포함” 삼성-LG, 러서 스마트폰-가전 1위
전투 준비하는 우크라이나軍 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무장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시아 반군과 대치하는 전선의 진지에서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 도네츠크=AP 뉴시스
《러시아의 침공 우려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간 담판이 10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협상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 충돌로 악화될지, 외교 해법을 찾을지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 세계에 충격을 미칠 새로운 화약고가 될지, 극적 타협으로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벗어날지 가를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미국을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잇따라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해법 도출을 위한 담판에 나선다. 러시아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미국에선 한국산(産)을 포함한 주요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 금지와 러시아 최대 은행기관을 국제 금융 거래에서 차단하는 금융 제재가 동시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 美 “일부 합의 가능성”에 러 “양보 안 해”
이번 연쇄 회담의 하이라이트는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전략안정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럅코프 외교차관이 협상에 나선다.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 13일에는 OSCE와 러시아 간 협상이 이어진다.러시아는 연쇄 회담에서 미국에 요구한 안보협정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협정에는 1997년 이후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에 나토 병력과 무기 배치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러시아 영토를 사거리로 하는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이 담겨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나토 동진(東進)’을 제한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7일 “모든 국가가 자국의 길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핵심 원칙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협상 전망이 밝지는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럅코프 차관은 9일 “(미국과 유럽연합·EU가 보내는 신호에) 실망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10일 회담에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양국 외교장관도 회담을 앞두고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 “(러시아의) ‘가스라이팅’을 예전에도 본 적 있다”며 “최근 역사에서 보듯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미군이 주둔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300년 미국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 “러 제재 땐 韓 기업 수출 전자제품도 포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이 단행할 제재의 구체적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은 곧바로 러시아 최대 은행들을 ‘국제 은행 간 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은행들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200개국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WIFT에서 퇴출되면 이 은행과 거래하는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돼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고도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미국이 고려하는 다른 핵심 경제 제재는 수출 통제 조치다. NYT는 “미 상무부는 휴대전화 노트북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소비재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며 “미국 제품뿐 아니라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유럽 등 외국산 제품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산을 처음으로 꼭 집어 언급한 것.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휴대전화 세탁기 냉장고 같은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심각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