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연아 키즈’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간다. 유영(18, 군포수리고)과 김예림(19, 군포수리고/단국대 입학예정)이 꿈을 이뤘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이들이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했던 2010년 이후 정확하게 12년만이다.
유영과 김예림은 지난 9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끝난 제76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 싱글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이들은 1, 2차 선발전 합계에서도 최종 1, 2위를 차지해 2명이 출전하는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현재 여자골프에는 ‘세리키즈’가 있다.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선수들이다. 박세리가 LPGA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점점 레전드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선수들이 지금 LPGA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유영은 부모님의 직장 때문에 1살 때 건너간 싱가포르에서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봤다. 엄마를 졸라 5월부터 피겨를 배우기 시작했다. 2013년에 본격적으로 피겨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유영은 입문 4년만인 2014년에 세 차례 승급심사를 통해 7급까지 수직상승했다.
유영보다 한 살 많은 김예림도 마찬가지. 2013년까지만 해도 4급이었던 김예림은 역시 2014년에 세 차례 승급 심사로 5급에서 7급까지 연속해서 따냈다. 김연아가 처음으로 종합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2003년에 6급 이하의 주니어였던 반면 이들은 모두 7급 이상의 시니어였다. 그만큼 두 선수 모두 기술 습득 속도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당시 김예림을 가르쳤던 차예뜰 코치는 “피겨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지고 다부지고 똑부러진다”며 “기술을 한 번 가르쳐주면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장 모범적인 선수의 표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영을 지도했던 한성미 코치 역시 “어떤 순간에 어떻게 점프를 뛰어야 하는지 감각이 뛰어나다. 스케이팅 기술과 점프 연결 동작이 부드럽다”며 장래성을 높게 점쳤다.
결국 유영과 김예림은 2015년 1월에 열린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에서 초등학교 5학년과 4학년으로 각각 4위와 6위라는 결과를 얻어내며 무서운 신예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올림픽(당시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지 않았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평가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유영은 2016년까지만 해도 143cm였던 키가 166cm까지 자라는 급격한 변화로 여러 신체 부위에 무리가 따르기 시작했다. 유영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했지만 이것이 무릎과 발목에 무리를 줬다. 그럼에도 유영은 2019~20 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를 제치고 동메달을 따넀다. 또 지난 2020년 로잔 유스 동게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불과 한 달 뒤에 서울에서 열린 ISU 4대륙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4대륙 선수권 포디움에 섰다.김연아가 처음으로 종합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2003년에 6급 이하의 주니어였던 반면 유영과 김예림은 모두 7급 이상의 시니어였다.
김예림도 170cm까지 부쩍 커버린 키에 발목 부상이 있긴 했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영과 함께 한국 여자 피겨의 쌍두마차로 우뚝 섰다.
이들이 베이징에서 포디움에 설지는 알 수 없다. ISU 공인 최고점수 241.02점을 기록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와 지난해 11월 272.71점으로 세계 최초로 총점 270점을 넘긴 카밀라 발리예바(16)를 앞세운 러시아의 기세가 워낙 거세다. 쿼드러플 러츠와 트리플 악셀을 한 프로그램에서 성공시킨 최초의 여성 선수인 알리사 리우(17)가 나서는 미국세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12년만에 꿈꿔왔던 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한 연기를 펼쳐보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유영과 김예림의 도전은 성공이다. 이제 그들의 멋진 연기만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