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후 아수라장이 된 카불공항에서 철조망 너머 미군 병사에게 건네졌다 실종된 아기가 다섯 달 만에 극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바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 카불의 한 택시 운전사가 집으로 데려가 아들처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8월 19일 카불공항에서 미르자 알리 아흐마디(35)와 수라야(32) 부부는 17살과 9살, 6살, 3살, 생후 2개월 된 아이 등 5명의 자녀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
아흐마디는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10년간 경비원으로 일해 탈레반의 보복 대상 1호로 꼽혔다. 온 가족이 카불공항을 통해 다급히 빠져나가려는데 아수라장 속에서 그만 막내아들을 잃고 말았다.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군중에 떠밀려 압사할 것이 걱정돼 팔을 위로 들어 올려 미군 병사한테 아기를 건넸는데 그게 생이별이 되고 말았다.
소하일의 부모는 미국에 도착한 뒤 아들을 찾아달라 부탁했고, 한 지원단체가 작년 11월 초 소하일의 사진을 넣은 ‘실종 아기’ 게시물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트렸다. 이 게시물을 본 한 카불 시민은 사진 속 아기가 이웃집에 입양된 아기 같다고 제보했고, 사실로 확인됐다. 카불의 택시 운전사 하미드 사피(29)가 아기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키운 것이다.
사피는 “나는 딸만 셋 있는데, 어머니가 죽기 전 소원이 손자를 보는 것이라 하셨다”며 “그래서 ‘모하맛 아비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내가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하일의 친부모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친척들을 통해 소하일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사피가 거부하면서 7주 이상 두 가족 간에 협상이 진행됐다. 결국 아프간 경찰이 사건에 개입했다.
현지 경찰은 ‘아기 납치사건’으로 수사하지 않는 대신 아이를 돌려주는 것으로 두 가족의 협상을 중재했다. 아흐마디 부부는 지난 약 5개월 동안 아이를 잘 길러준 데 대한 보답으로 사피에게 10만아프가니(약 115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상통화로 소하일의 얼굴을 본 친부모는 이른 시일 내 소하일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