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프간 공항 철조망서 미군에 건네졌던 실종 아기 찾았다

입력 | 2022-01-10 09:03:00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후 아수라장이 된 카불공항에서 철조망 너머 미군 병사에게 건네졌다 실종된 아기가 다섯 달 만에 극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바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 카불의 한 택시 운전사가 집으로 데려가 아들처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8월 19일 카불공항에서 미르자 알리 아흐마디(35)와 수라야(32) 부부는 17살과 9살, 6살, 3살, 생후 2개월 된 아이 등 5명의 자녀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

아흐마디는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10년간 경비원으로 일해 탈레반의 보복 대상 1호로 꼽혔다. 온 가족이 카불공항을 통해 다급히 빠져나가려는데 아수라장 속에서 그만 막내아들을 잃고 말았다.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군중에 떠밀려 압사할 것이 걱정돼 팔을 위로 들어 올려 미군 병사한테 아기를 건넸는데 그게 생이별이 되고 말았다.

부부는 카불공항에서 사흘간 필사적으로 소하일을 찾았지만 아무도 소식을 알지 못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소하일 없이 카타르, 독일을 거쳐 미국 텍사스주의 난민촌에 도착했다.

소하일의 부모는 미국에 도착한 뒤 아들을 찾아달라 부탁했고, 한 지원단체가 작년 11월 초 소하일의 사진을 넣은 ‘실종 아기’ 게시물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트렸다. 이 게시물을 본 한 카불 시민은 사진 속 아기가 이웃집에 입양된 아기 같다고 제보했고, 사실로 확인됐다. 카불의 택시 운전사 하미드 사피(29)가 아기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키운 것이다.

사피는 “나는 딸만 셋 있는데, 어머니가 죽기 전 소원이 손자를 보는 것이라 하셨다”며 “그래서 ‘모하맛 아비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내가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하일의 친부모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친척들을 통해 소하일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사피가 거부하면서 7주 이상 두 가족 간에 협상이 진행됐다. 결국 아프간 경찰이 사건에 개입했다.

현지 경찰은 ‘아기 납치사건’으로 수사하지 않는 대신 아이를 돌려주는 것으로 두 가족의 협상을 중재했다. 아흐마디 부부는 지난 약 5개월 동안 아이를 잘 길러준 데 대한 보답으로 사피에게 10만아프가니(약 115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상통화로 소하일의 얼굴을 본 친부모는 이른 시일 내 소하일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