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총장 김무환)은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박사과정 박보정 씨 연구팀이 지구 온도가 각각 1.5도, 2도 높아짐에 따라 달라지는 여름의 길이를 최초로 정량화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대규모 앙상블 기후모델 실험자료를 이용한 결과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5도와 2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모인 전 세계 각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설정한 기준 온도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나아가 1.5도까지 제한하는 게 목표다.
0.5도의 차이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지구 온도가 2도 오르면 1.5도 오를 때보다 해수면의 평균 높이가 약 10㎝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 상승이 1.5도에 그칠 경우 약 1000만 명이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분석이다. 2도 온난화 시 물 부족 인구도 최대 5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 온도 상승에 따라 달라지는 계절의 길이도 각국의 농업과 에너지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에 지구가 뜨거워지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여름이 길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예측 결과가 부족했다.
그 결과, 2도 상승 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지중해, 미국 등 중위도 지역의 여름 길이는 현재 91일(각 지역에서 1년 중 기온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간) 대비 20~21일 늘어나 111~112일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1.5도로 온난화를 줄이면 여름의 길이 증가 폭도 12~13일로 줄어들었다.
여름이 길어짐에 따라 이른 더위와 늦더위 발생도 더 많아졌다. 확장된 여름 기간(현재 대비 2도 온난화 시 늘어난 기간)에서 나타나는 이상고온 발생빈도(현재 여름 기간 평균기온을 초과하는 일수)를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서 현재 매년 2일 정도 나타나는 이상고온일이 지구 온도가 2도 높아지면 약 6일로 약 3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1.5도로 온난화를 줄일 경우 약 4일로 다소 둔화됐다.
이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최근 호에 게재됐다.
포스텍 민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파리협정 목표 온도에 따라 북반구의 지역별 여름 기간과 이상고온일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됐다”며 “특히 동아시아가 위험지역 중 하나로 밝혀졌으며, 이러한 지속적인 여름팽창에 따른 보건, 에너지, 식생 등 분야별 영향 분석과 관련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포항=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