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대출규제에 2금융권 몰려… 작년 10월말 현재 95조5783억 기록 이달 사상 처음 100조원 넘어설 듯… 전문가 “금리 인상기 ‘뇌관’ 될 수도”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하는 이모 씨(38)는 지난해 10월 저축은행에서 연 11%대 금리로 3000만 원을 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게 매출이 급감한 데다 시중은행에선 대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이자가 비싸도 저축은행을 찾았는데 금리가 더 뛴다니 걱정이 많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저축은행 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저축은행 대출자 3명 중 2명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저신용자, 영세 자영업자 등이 많이 이용해 금리 인상기에 이들의 대출이 ‘부실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저축은행 대출 100조 원 돌파 초읽기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현재 95조5783억 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17조9108억 원(23.0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저축은행 대출이 월평균 1조8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달에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본격화하자 저축은행들이 우회로를 찾아 개인사업자 및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별다른 조건 없이 1억 원 이하를 빌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많이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 대출자 3명 중 2명이 금리 인상에 취약한 다중채무자
이미 대출 금리가 많이 오른 가운데 14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해 다중채무자를 비롯한 저축은행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와 다중채무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추이에 따라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취약 차주에 대해선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등 부실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저축은행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 이상을 맡긴 수신액도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은 96조2000억 원으로 전년 말(79조3000억 원)보다 21.31% 증가했다. 이 중 예금액이 5000만 원을 넘어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수신액이 13조2000억 원이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