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민자 거주 50년된 건물 방화문 열려있어 연기 급속 확산… 곧 진화됐지만 질식피해자 속출
뉴욕 노후 아파트 화재… 긴박한 구조현장 9일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의 한 19층 높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건물 곳곳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이번 화재로 최소 19명이 숨졌으며, 대부분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로 알려졌다. 한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구조하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9일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에 있는 19층 높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9명이 숨지고 60명 이상이 다쳤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참사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정부 보조금을 받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화재 당시 유일한 탈출구였던 비상계단의 방화문이 대부분 열려 있었고, 그 틈으로 유독가스가 빠른 속도로 유입돼 인명 피해가 컸다.
뉴욕시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11시쯤 브롱크스 트레몬트 구역의 아파트 3층에 있는 한 집에서 전기난방기에 불이 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3층 집과 복도 일부만 태운 상태에서 진화됐지만 연기가 열린 방화문 등을 통해 전층으로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질식 피해자가 속출했다. 주민 32명이 호흡 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이날 오후까지 1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9명은 16세 이하 어린이다.
다니엘 마드르지코우스키 화재안전연구소장은 NYT에 “발화 장소의 문을 열어두면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서 펌프처럼 작용을 해 불을 키운다”며 “주민들이 탈출 과정에서 문을 열어두고 나올 경우 연기가 빠르게 확산해 위층 주민들이 아래로 탈출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브롱크스 지역구의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민주)은 “주택 법규에는 불길 확산을 늦추기 위해 모든 아파트에 자동으로 닫히는 방화문과 화재경보 등 기본 안전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건물의 경우 규정과 주거 환경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