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NYT가 충분히 조명 받아 마땅함에도 다루지 못했던 인물을 재조명하고 있다. 유관순 열사와 위안부 피해 최초 증언자인 김학순 여사의 부고도 이 시리즈로 소개된 바 있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난 차학경은 11세에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예술과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퍼포먼스, 영상 작품을 남긴 그의 대표작은 1982년 출간된 책 ‘딕테’다.
‘딕테’는 1982년 9월 출간된 뒤에도 뉴욕 독립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5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차학경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뉴욕의 한 건물 관리인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 그녀의 시신은 사건 현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주차장에서 발견됐으며, 범인은 플로리다로 도주한 뒤에도 연쇄살인을 저질러 5년 뒤인 1987년 종신형을 선고 받고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이후 1993년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그녀의 회고전이 열렸으며, 버클리미술관은 1992년부터 차학경의 기록을 수집·연구하는 ‘차학경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딕테’는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재출간됐다. 차학경의 오빠 존 차는 NYT에 “동생은 자신의 책이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녀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