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옛 소련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속속 확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변국의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색깔 혁명은 조지아(장미혁명·2003년), 우크라이나(오렌지혁명·2004년), 키르기스스탄(튤립혁명·2005), 아르메니아(벨벳혁명·2018) 등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에서반정부 시위로 친러 정권이 전복된 사건을 일컫는다. 각 나라를 상징하는 꽃과 색깔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러시아는 줄곧 서방이 배후에서 혁명을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0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2002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인접 5개국과 결성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주축인 CSTO 연합군이 최근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진압에 기여한 것을 자찬했다. 그는 “우리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을 수호했다. 내부의 색깔 혁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카자흐스탄 사태는 외부 세력이 CSTO 내부 문제에 개입하려는 마지막 시도가 아닐 것이라며 “CSTO군 파견은 우리가 집안을 뒤흔드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이날 발언은 2일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발발 후 이에 관한 첫 언급이다. 앞으로도 인접국의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개입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반러 정권이 들어설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