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6일 벌어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기억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당 현장을 찾아 “민주주의의 목전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하원의 ‘1·6 조사 특별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 50여명의 증언을 듣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대부분의 측근들은 증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특위의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당시 체포된 700여명의 시위 가담자 가운데 현재까지 70~80명이 선고를 받았습니다.
미국 워싱턴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진 다음날인 지난해 1월 7일 새벽 쓰레기를 청소하는 앤디 김 의원. AP통신 사진기자가 이 장면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앤드류 하닉 AP통신 기자 트위터
의사당 난입 사태가 낳은 스타인 김 의원은 ‘그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최근 두 가지 활동상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시위대 비판 대열에 참가했던 친(親)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의 발언 내용을 찾아서 1주년 당일인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앤디 김 의원의 모습은 언론에 크게 보도돼 의사당 난입 사태로 충격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NBC뉴스
김 의원의 두 번째 1주년 기억법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그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사당 벽에 걸린 명판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렸습니다. ‘로툰다’로 불리는 의사당 1층 원형홀의 한쪽 벽면에 걸린 명판입니다. 의사당을 찾는 수많은 외부 방문객들은 이 명판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기자 역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의사당에 자주 출입했지만 한번도 명판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 앤디 김 의원은 의사당 난입 사태 1주년을 맞아 의사당 원형홀 벽면에 걸려 있는 ‘조지 워싱턴 주춧돌’ 명판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1793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의사당의 주춧돌을 놓다’고 적힌 명판은 1893년 의사당 착공 100주년을 맞아 설치된 것이다. 앤디 김 의원 트위터
김 의원은 6일 보도된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판에 대한 뒷얘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바닥만 보며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의사당 벽에 걸려있는 명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이 건물의 역사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명판을 보며 ‘치유(healing)’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명판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마음속에는 극렬 시위대에 대한 분노, 의사당이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한 허탈감 등이 더 컸던 듯 합니다. 하지만 명판을 보며 “이 건물을 세우고 지키는 일에 수많은 세대의 노력이 거쳐 갔고 앞으로도 많은 세대가 그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7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사당 쓰레기를 치울 때 입었던 양복 기증 사실을 밝힌 앤디 김 의원. 앤디 김 의원 트위터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