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사업 인허가 규제 줄여 자원 선순환-친환경 드라이브 사용후 배터리로 ESS 만들어… 건설현장-가정-상업시설에 공급 폐플라스틱은 정유 공정 원료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적용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재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만든 농업용 전동 고소작업차(왼쪽 사진)와 전기버스 배터리를 활용한 ESS 충전시스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최근 폐배터리,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규제샌드박스가 적용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자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 폐배터리는 재사용에 대한 인허가 규정이 정립되지 않아 관련 사업 추진이 어려웠고,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를 석유사업법상 공정 원료로 사용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이들 분야에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여러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폐기를 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잔존 용량이 70% 이상인 폐배터리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ESS를 활용하면 화력, 풍력,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중 남은 것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가정이나 공장, 빌딩 등에 공급할 수 있다.
영화테크는 국내 최초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태양광 발전설비 ESS 제작 기술을 개발해 규제샌드박스의 적용을 받아 최근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해 제작한 ESS 컨테이너를 주거단지 태양광 발전설비와 연계해 전력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규제 혁신은 여러 부처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하기 쉽도록 예비안전기준을 마련해 기업의 규제특례를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는 선제적으로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2020년 12월)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지자체 반납 의무를 폐지함으로써 관련 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국내 정유업계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덕분에 최근에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도입하는 실증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전처리한 후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통해 얻어지는 액체 원료다. 원유 대신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어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지오센트릭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중소업체 등으로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구매한 뒤 이를 원유와 희석해 석유화학·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나프타는 물론 휘발유·경유 등 연료유를 생산한다. 이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주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효길 현대오일뱅크 팀장은 “규제샌드박스의 허용 범위 내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폐자원을 재활용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는 설비 투자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