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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오너 SNS… 소비자들 보이콧 vs 바이콧

입력 | 2022-01-12 03:00:00

정용진 부회장 ‘멸공’ 논란
정치권 넘어 소비자 찬반 갈려




슈퍼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전략일까, 기업 위기를 초래하는 오너 리스크일까. 인스타그램에서 76만여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촉발한 이른바 ‘멸공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기업인의 공개 발언이 낳는 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평소 요리하는 모습 등 격의 없는 일상 공유로 확실한 팬덤을 지녔던 기업 오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치권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불매를 불사할 정도의 반감을 낳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오너의 ‘일상 언어’, 보이콧 vs 바이콧

최근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보수 성향의 일부 소비자들이 정 부회장의 발언에 ‘1일 1스타벅스 인증’ 등 ‘바이콧’(구매 지지) 사진을 올리며 호응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 지지 성향의 소비자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포스터나 이마트 회원카드를 가위로 자른 인증샷 등이 퍼지고 있다.

정 부회장의 SNS는 기업 소통 경영의 대명사였다. 그가 올린 조선호텔과 신세계푸드의 요리 상품은 품절됐다. 지난해 인수한 신생 프로야구팀 SSG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아슬아슬할 때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반려견 장례식 사진에 쓴 ‘미안하다 고맙다’, 지난해 5월 소고기 사진과 함께 올린 ‘너희가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등은 정치권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발언을 패러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오너 행보가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멸공’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중 중국 시진핑 관련 기사를 링크했다가 삭제하며 중국에서 면세, 화장품 사업 등을 하는 그룹 차원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내부 질책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주가는 10일 전날 대비 6.8% 하락한 23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시가총액 1600억여 원이 날아갔다. 11일 2.58% 올라 23만9000원에 마감했지만 전날 낙폭은 회복하지 못했다.
○ “오너 SNS는 공적 채널”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오너 SNS를 기업의 공적 채널 창구로 여기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대기업 경영자라면 개인 인스타그램도 공적 대화 채널로 봐야 한다”며 “기업인 계정이 곧 기업 계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2020년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대표적인 인플루언서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관한 트윗 중 40%는 테슬라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SNS를 대체로 공적 성격을 가미한 소통 채널로 쓰는 기업인이 적지 않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연말 휴가를 떠난 직원들이 많다. 코로나19 걸리지 말고 1월 3일에 보자”라며 텅 빈 사무실 사진을 올리거나 드라마 ‘오징어게임’ 주연 배우 이정재 씨와 자사 프리미엄 카드를 들고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는 등 SNS를 홍보에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인스타그램에 소탈한 일상 게시물을 공개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주주 이해나 기업 내부의 사기, 실적과 상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기업인 스스로 자신의 발언이 공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정치적으로 엮일 소지가 있는 발언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