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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에이스 황대헌 “큰 박수 받도록 화끈한 레이스”

입력 | 2022-01-12 03:00:00

‘쇼트트랙 코리아’ 간판 황대헌



AP 뉴시스


4년 전 고교 졸업을 앞뒀던 대표팀 막내는 어느새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볼살이 남아있던 얼굴에는 어느새 굵은 턱선이 자리 잡았다. “쇼트트랙 선수로서 매년 한 단계씩 성장해 왔다”고 말하는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에이스로서의 압박감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23·강원도청)은 “아무에게나 ‘에이스’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함도 크다. 압박감은 운동량과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지금은 더 잘해 내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 월드컵 선전에도 여전히 “아쉽다”는 황대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19세의 나이로 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황대헌은 이제 남자 팀의 간판스타다. 베이징 대회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창 대회 때 마냥 설렜다면 지금은 내가 준비해왔던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죠.”

페이스는 좋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1000m 2개, 500m 1개) 등을 따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2021시즌 국제대회 불참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작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결과는 좋지만 경기 감각 등 디테일한 면에서는 아쉬워요. 남은 시간 채워야 할 부분들을 깨달았어요.”

모든 레이스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 됐다. 그는 “(개인 종목인) 500m, 1000m, 1500m의 차이점을 사람들이 묻곤 하는데 내겐 크게 차이가 없다. 가리지 않는다”며 “경쟁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선수가 어느 라인에 서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준비한 것을 다 한다면 성적은 따라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애착을 갖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계주다. 메달을 딸 경우 팀원들이 함께 시상대에 서는 만큼 팀 분위기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는 남자 5000m, 여자 3000m 계주 외에도 혼성 2000m 계주가 신설됐다. 남자 팀의 에이스인 그는 혼성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남자 계주에서 한 선수가 7, 8번씩 레이스를 한다면 혼성 계주는 한 명에게 2번밖에 기회가 안 온다. 그만큼 처음부터 속도도 빠르고 변수도 많다.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응원을 당부했다.

○ 화끈한 경기 약속한 ‘저스트 황’


황대헌은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경기지만 그래서 더 성취감이 큰 종목”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학(한국체대) 졸업을 앞둔 그는 이것저것 관심도 많다. 취미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산책, 드라이브다. 별명은 ‘저스트(Just) 황’이다. 대표팀 맏형 곽윤기(33)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가 좋은 경기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냥”이라는 답만 되풀이하다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경기 중에는 본능적으로 순간순간 판단을 하기 때문에 끝난 뒤에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응원을 받고 싶은 스타는 여자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 앞서 2020 도쿄 올림픽 당시에도 수영에서 깜짝 활약을 한 황선우가 제니의 응원을 받은 소식을 전하자 그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배구여제’ 김연경과 같은 매니지먼트사(라이언앳)와 계약한 그는 “도쿄 때 여자 배구처럼 팬들에게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심석희의 동료 비방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황대헌은 선전을 다짐했다. “주변의 걱정도 많지만 훈련은 순조롭게 잘 진행하고 있어요. 동료들과 (감독, 코치) 선생님들도 서로서로 더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어수선한 팀 분위기, 주최국 중국의 안방 텃세 등에 따른 역대 최저 성적에 대한 우려를 보란 듯이 씻어낼 수 있을까. 쇼트트랙 대표팀은 28일 결전의 땅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