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NBA 문호 넓어져 수준급 선수 데려오기 쉽지 않아 삼성 로빈슨 등 성적 ‘고만고만’
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대 화제는 대체 외국인으로 KGC에 합류한 제러드 설린저(30·204cm)였다. 정규리그 5라운드 막판 KBL 무대를 밟은 설린저는 순위표의 물줄기를 바꿨다.
평균 26.3점, 11.7리바운드, 1.9도움으로 순도 높은 활약을 펼친 설린저 덕에 KGC는 마지막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거두며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플레이오프(PO) 무대에서 동료들을 활용한 설린저는 KGC의 10전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10경기를 한 번도 안 지고 챔피언에 오른 팀은 KBL 역사상 KGC가 처음이었다.
2021∼2022시즌이 4라운드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팀들에는 ‘제2의 설린저’가 가장 필요하다. 각 팀의 외국인 교체 러시가 일었고 올해에만 새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코트를 밟았다.
꿈의 무대에서 내린 조치로 과거 같으면 해외로 눈을 돌렸을 선수들이 이 콜업만 바라보게 됐다. 과거보다 넓어진 NBA 입성 기회를 잘 활용한 뒤 NBA 출신이라는 스펙으로 해외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올 시즌 한국에 온 새 외국인들은 구단 입장에서 대체로 성에 차지 않는다. 최하위 삼성은 지난해 12월 2012년 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5순위 출신의 토머스 로빈슨(31·204cm·사진)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9경기를 뛴 로빈슨의 활약은 평균 14.7점, 10.7리바운드로 미미하다. 공격 리바운드가 4.1개로 많지만 자신이 쏜 골밑 슛을 놓치고 잡은 리바운드가 많이 더해졌다. 경기당 실책이 4.2개에 이르는 등 속을 들여다볼수록 실망스럽다.
DB는 지난해 11월 8주 기한으로 영입한 대체 외국인 조니 오브라이언트(29·204cm)와 최근 시즌 끝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당시 선수 쪽에서 NBA 진출을 염두에 두고 먼저 단기계약을 요청했다. 대체 선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는데 오브라이언트가 국내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니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오브라이언트도 17경기에서 평균 12.1점, 7.4리바운드로 활약이 미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발 나비효과로 설린저같은 ‘요행’을 바라기는 어려워졌다. 우승을 향한 확실한 길은 부상 방지, 끈끈한 조직력 같은 ‘내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