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7세 남성에… “사흘째 안정적”, 이식 성공 핵심 ‘면역 거부 반응’ 유전자 교정-복제기술 통해 없애… 의료진 “맥박과 압력 정상 생성 완전 성공 여부 논하기엔 일러”… 돼지 심장, 인간과 크기-구조 비슷 판막-피부는 이미 이식에 사용, 장기 부족 문제해결에 큰 도움 기대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7일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면서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심장병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닛에게 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10일(현지 시간) 밝혔다. 의료진은 “수술을 받은 환자는 3일간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며 “유전자 교정 동물의 심장이 즉각적인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인체에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진은 “수술이 완전히 성공했는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주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환자인 데이비드 베닛.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미국 재생의료기업 리비비코어는 유전자 교정과 복제기술을 적용한 돼지를 이번 수술에 활용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와 성장 유전자 1개를 비활성화시키고 인간의 면역체계를 견딜 수 있는 유전자 6개를 새로 넣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로는 기존 면역억제제와 제약사 키닉사 파머슈티컬스가 새로 개발한 신약도 활용했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면역 거부 반응 문제로 대부분 실패했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에게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지만 면역 거부 반응으로 21일 만에 사망했다.
영장류와 달리 돼지는 사육하기 쉽고 약 6개월 만에 성년으로 자라기 때문에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동물로 주목받아 왔다. 심장의 크기도 사람 심장의 94% 정도이고 해부학 구조도 유사하다. 이 때문에 최근 돼지 심장 판막은 일상적으로 이식되고 있다. 일부 당뇨병 환자는 돼지의 췌장 세포를, 화상 환자들은 돼지의 피부를 이식받고 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