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난리여, 시방 다들 뭣들 하는 거냐고” “살아만 계셨으면 하는 마음뿐”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구조물 붕괴 사고 과정에 연락이 두절된 6명 가족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사고 발생 이래 20시간이 지났지만, 구조 안전 진단으로 수색·구조에 진척이 없어서다.
12일 오전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대책 회의에서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건설 현장 노동자 6명의 가족들이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은 전날부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한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현장 안전과 원활한 구조 작업을 위해 설치한 출입 통제선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건물을 바라보며 무사히 구조되길 바랐다.
건물 안에 있는 50대 이모부를 기다리는 30대 A씨는 “이모부가 공사장 31층에서 실리콘 코킹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한숨도 못 잤다. 통화 연결음이 두 차례 이어진 뒤 전원이 꺼져 있다. 수색에 진척이 없어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아직 건물 안에 있는 50대 아버지를 기다리는 20대 후반 B씨 자매는 “임시 천막에서 한 숨도 못 잤다. 소방 당국에서 마련한 인근 모텔에 임시 거처가 있었지만 차마 발길이 안 떨어졌다”며 “아버지가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한참을 사고 아파트를 바라보던 자매는 수색·구조 작업이 언제 시작되는지 취재진에게 거듭 물어봤다.
사고 현장에서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80대 C씨는 “소방 당국이 어서 구조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제발 살아 있어 달라”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여동생 남편을 기다리는 70대 여성 E씨는 울분을 삭이지 못한 채 “저기 내 식구가 파묻혀 있을 텐데 어째 안 구하느냐. 회사는 뭘 했길래 안전하지도 않은 곳에서 일을 시키느냐”고 연신 외쳤다.
추가 붕괴 위험 탓에 급히 몸만 빠져나온 인근 상가 상인들도 동트기 전부터 현장을 찾았다.
통행 제한구역 내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대피령 때문에 북구 삼각동 소재 자녀 집에서 자고 나왔다. 밤샘 정전으로 가게 안에 식자재가 다 상했을까 걱정돼 일어나자마자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와 아들은 출입 통제선에 서 있던 경찰에 사정을 이야기했다. 경찰관 1명이 동행하는 조건으로 부랴부랴 살림살이를 챙겨 나왔다.
연락이 두절된 6명 중 4명은 실제 창문(31~34층)·벽돌(28~29층), 소방시설 설비(32층)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경찰이 확인했다.
당국은 안전 진단을 마치고 이날 오전 11시 20분부터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래층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위층에 과다 타설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물이 무너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