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캡처
군 장병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위문편지가 온라인상에 퍼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가 올려 달라고 해서 올린다’며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보낸 위문편지가 올라왔다.
자신을 목동의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편지에서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서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친구만)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단다.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고 밝혔다.
이 편지를 접한 네티즌들은 해당 고등학교의 구글, 카카오맵 등 리뷰에 ‘별점 테러’를 가하고 욕설 등을 섞어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까지 이뤄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일부 학생은 SNS에 이에 대해 해명했다. 한 학생은 자신의 학생증 사진을 인증하면서 “염치없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학교에서 봉사시간을 빌미로 거의 강제적으로 쓰게 했다”고 토로했다.
또 “말이 봉사시간이지 선생님들도 계속 쓰라고 하는 분위기여서 아마 저 학생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쓰다가 화가 난 것 같다”며 “물론 저 학생들 잘못이 맞지만 학교 전체를 싸잡아 무분별하게 욕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학생에 따르면 학교 측은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봉사 시간을 임의로 할애해 위문편지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나아가 해당 여고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또 다른 학생은 “저도 해당 여고에 다니는 2학년인데 쓸 때 당시 선생님께서 전에 어떤 선배가 쓴 편지를 보고 학교를 찾아온 군인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에 다른 학생은 “개인정보 적는 것도 금지시킨 이유가 실제로 남자들이 찾아와서 그런 것인데도 왜 지속하고 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을 위한다면 이런 행사부터 금지시켜 달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2일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이번에 위문편지가 강요된 OO여고 학생들에게 배포된 위문편지 주의점에는 명확하게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며 “이렇게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