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시험발사가 ‘대성공’이라고 선언했으며 북한은 이번이 ‘최종시험발사’라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전력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조만간 1~3분 내에 한미 요격망을 뚫고 남한 전역을 기습 핵타격 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간과한 채 “성능이 과장됐다”, “진전됐다” 등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인 군 지휘부의 오판 책임론도 거세다.
● 청와대 1분 30여초 등 南 전역 3분대 핵타격 가능
최대 비행속도가 음속의 10배 안팎인 극초음속미사일은 자강도에서 쏘면 청와대는 1분 30여초, 평택 미군기지는 1분 50여초,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는 2분 30여초면 도달한다. 유사시 남한의 어떤 표적이라도 3분대에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핵을 장착한 극초음속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과 섞어 대량으로 쏠 경우 현재의 한미 요격망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레일건(전자기력으로 발사체를 쏘는 최첨단 무기)’ 등 신형 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北 ‘초스피드’ 개발에 방심하다 허찔린 軍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중국이 ‘둥펑(DF)-17’ 극초음속미사일을 5년여 간 8, 9차례의 시험발사 끝에 완성한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미사일 실력’이 상당한 수준임이 드러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DF-17의 개발과정과 거의 유사하지만 (북한은) 시험발사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신속하고 압축적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와 군 연구기관은 5일 발사 당시 “(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됐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1일 발사 직후엔 “진전됐다”고 번복된 평가를 내놓는 등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기술이 설마 이 수준까지 되겠냐고 방심하다가 완전히 허를 찔린 격”이라며 “안일한 판단으로 혼선을 초래한 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 김정은 661일 만 미사일 발사 참관
김 위원장이 2020년 3월 21일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 발사 참관 이후 661일 만에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최종시험 현장을 찾은 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그동안 무기 최종 완성단계나 기술적 최종 확증 단계에서 현장 참관해왔다”며 “이번에도 그러한 자신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