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실습 수업 못하게 되자 광주보건대-대구보건대 등 8곳 인덕대에 의뢰해 VR 콘텐츠 개발… 3D로 두개골 이미지 자세히 구현 지난해부터 구강해부학 실습 시작…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수업 가능 코로나 전보다 학생 성취도 향상… “보건계열 VR 콘텐츠 더 늘릴 것”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에서 이철승 게임·VR디자인학과 교수(왼쪽)가 가상현실(VR) 기반 ‘구강해부학’ 콘텐츠를 시연해 보고 있다. 학생들은 VR 구현 기기(HMD)를 착용해 3D로 학습할 수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기는 접형골, 나비뼈라고 합니다. 이 부분만 한 번 볼게요. 자세한 것을 확인해 보고 싶으면 확대해서 보면 됩니다.”
노트북에서 교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화면 오른쪽에 있는 3차원(3D) 두개골 이미지에서 나비뼈에 해당하는 부분이 노랗게 색칠됐다. 학생은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똑같이 구현된 3D 두개골 이미지를 확대해 나비뼈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봤다.
지난해 광주보건대, 대구보건대, 전주비전대 등 8개 대학이 함께 인덕대(총장 박홍석) 게임·VR콘텐츠학과에 의뢰해 개발한 가상현실(VR) 기반 ‘구강해부학’ 콘텐츠를 활용한 강의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에서 콘텐츠 개발을 책임진 이철승 게임·VR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나 강의 개발 과정과 특징 등을 들어 봤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실습… VR 콘텐츠로 해법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전문대를 비롯한 대학에서 원격수업이 확대됐다. 그러나 전체 교육과정의 70%가 실습과목으로 구성돼 있는 전문대 학생들은 “현장에서 감을 익히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치위생과, 간호학과 등 보건계열 학과에서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실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VR 기반 콘텐츠 개발의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개발비는 전문대들이 연합해 자체 개발하면서 해결했다. 총 8000만 원이 소요돼 대학당 1000만 원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기업에 의뢰해 개발했을 때는 최대 2억 원의 개발비를 부담해야 했는데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이다.
VR 기반 구강해부학 콘텐츠는 2020년 7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1학기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 2학기 기준 8개 대학 총 800명이 이 콘텐츠를 활용해 구강해부학을 수강했다.
○뼈 확대하고 근육 움직임도 관찰
VR 기반 구강해부학 콘텐츠는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수용, 스마트 기기 기반의 학생용, 머리에 착용하는 VR 구현 기기(HMD) 이용 3D 콘텐츠 등 세 가지 종류로 제공된다.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는 교수가 전체 화면으로 공유한 교수용 콘텐츠를 노트북 화면으로 함께 보며 수업을 듣고, 학생용 콘텐츠를 활용해 추가 학습할 수 있다.
VR 기반 구강해부학 콘텐츠는 뼈의 위치와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혈관이나 림프관의 위치, 근육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3D 기반 두개골 이미지는 상하좌우 360도 회전과 더불어 단면을 볼 수 있는 기능도 갖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교수들의 피드백을 받아 추가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책으로만 공부할 때는 아래턱의 회전운동과 전방운동, 측방운동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기 쉽지 않다”면서 “VR 기반 콘텐츠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3D 이미지를 확대해 보거나 움직여 보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기능과 위치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보건계열 학과 강의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치위생과, 간호학과 등에서 ‘손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과목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VR를 활용해 실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