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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사중 아파트 외벽 붕괴, 7달 전 상가 철거 참사 판박이

입력 | 2022-01-13 00:00:00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져 있다. 외벽 붕괴사고로 근로자 6명이 실종됐지만 아직까지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신축 공사 중이던 39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그제 대낮 광주에서 발생했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약 400명의 근로자 중 50, 60대 근로자 6명이 연락 두절된 상태다. 추가 붕괴 우려 때문에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을 실종자들의 안위가 걱정이다. 만약 입주 후에 이런 사고가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번 사고는 7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인근에서 있었던 ‘철거 중 상가 건물 붕괴 사고’를 다시 보는 것 같다. 2020년 3월 아파트 착공 이후 주민들은 안전 문제 등 320건 이상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공사가 ‘속도전’으로 진행됐다”는 취지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완공 시점을 앞당기거나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했고, 그로 인한 부실 공사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작년 철거 건물 붕괴 때도 비용 절감을 위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다 해체계획서와는 정반대로 건물을 밑동부터 제거해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이번에 사고가 난 아파트의 시공사는,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임직원 3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 회사는 철거 건물 붕괴 사고 때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빈말이었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대처가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부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도 책임이 크다. 광주시는 어제 사고 현장을 포함해 현대산업개발이 진행 중인 5곳의 아파트 공사에 대한 건설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때늦은 조치다. 철저한 현장 관리 감독으로 공사를 진작 중단시켰어야 했는데, 27건의 행정처분이 고작이었다. 정부는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뒤 비슷한 공사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달라진 게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무사 구조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처럼 후진적인 사고에 애를 태우며 살아야 하는가. 길을 가다가도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언제까지 떨어야 하나. 사고가 터진 뒤에야 허둥지둥 땜질하는 식의 미봉 대책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정부의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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