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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끌어온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좌초 위기

입력 | 2022-01-13 03:00:00

외신들 “EU, 합병 불허” 전망 잇달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3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유럽연합(EU)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번 주중 인수 불허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AFP통신은 EU 반독점당국이 양 사 합병을 거부할 것이며, 며칠 내로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지난해 로이터통신도 유사한 내용을 전한 바 있어 업계에서는 합병 불발 쪽에 보다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EU가 두 회사 합병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사실상 한 기업이 과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사가 발주한 17만4000m³급 이상 대형 LNG 운반선 75척 중 현대중공업이 30척, 대우조선해양이 15척을 수주했다. 둘을 합한 45척은 전체 물량의 60%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들의 전체 점유율은 삼성중공업의 22척을 합쳐 67척(89%)에 이른다.

유럽 선사들은 최근 LNG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이 LNG 선박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긴다는 것 때문이다. LNG 수요가 높은 유럽에서 특히 이번 합병에 부정적 시각을 갖는 배경이다.

EU는 인수합병(M&A)을 위해 두 회사 중 한 곳의 LNG선 사업부문을 매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NG 운반선 선박 가격은 2018년 1억8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말 2억1000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LNG선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선박 대비 20∼30% 낮아 친환경 선박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앞서 싱가포르 경쟁당국은 “시장점유율은 다음 입찰에서 쉽게 변할 수 있어, 이를 근거로 조선업 시장 지배력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EU가 한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해 합병 불허 쪽으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사의 결합은 단순한 M&A가 아니라 한국 조선산업 전체 체질을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조선산업은 이제 국가대항전 형태로 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9년 현대중공업은 6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은 승인을 내줬으나 한국, 일본, EU는 심사를 미뤘다. 기업결합은 심사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있어야 해, EU의 합병 승인 거부는 곧 M&A 불발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르면 13일 EU의 결론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안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현대중공업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합병을 추진하면서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등 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다. 현대중공업이 EU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제기하는 방안도 있으나 시간만 더 소요될 뿐 실익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결국 ‘불허’ 결론을 내면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은 현재 마땅치 않다. ‘빅3’ 조선사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낼 가능성이 낮다. 한화, 포스코 등도 잠재 후보로 언급되고는 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강재 값이 상승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7∼9월) 말 기준 297.3%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해외 매각도 LNG선 설계 노하우나 방위산업 관련 기술 유출 우려와 결부돼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