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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준수]한국 조선업 ‘말뫼의 눈물’

입력 | 2022-01-13 03:00:00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해운산업이 급격한 수요 감소로 불황에 처하게 되자 조선 수요 역시 급감했다. 한국 조선업은 2018년 HMM(옛 현대상선)의 20척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주문이 없었더라면 고사 직전에 있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기된 예상치 못했던 해운 호황으로 선사들은 노후 선박의 폐선을 줄이고 신조선의 조기 인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조선 발주는 6년 이래 최고치이다.

신조선 건조량은 작년에 94만5000TEU로 9.3% 증가하고 금년에는 63만1000TEU로 늘어났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환경규제 정책에 의해 노후선 중 검사를 통해 기준 미만 선박들이 퇴출되면 대체선의 신조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8척을 수주하였다. LNG 선박당 2억 달러(약 2400억 원)로 대형 컨테이너선과 함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하지만 척당 5%의 로열티를 프랑스 GTT사에 지불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LNG 선박 설계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소의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를 위한 수주인지 회의가 간다.

대형 컨테이너선도 선박엔진 설계에 원천기술이 없어 엔진 가격의 5∼10%를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독자적인 원천기술의 확보와 더 나아가 미래 선박에 대한 도전 및 기술개발은 조선 산업에 닥친 도전이자 과제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강한 자가 아니라 빠른 자가 독식하는 시대이다. 미래 투자에 전력을 다하여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를 확대시켜 투자의 규모를 늘리고 아울러 낭비적인 수주 경쟁을 없애야 한다. 이것이 현재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인 것이다.

유럽연합(EU) 등 외국 당국의 입장에서는 한국 조선소가 고부가가치 선박의 70% 이상을 수주하는 현실에서 한국에 조선소가 둘이건 셋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한국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합병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도는 과거 한국 조선소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EU 선사들이 최저 가격의 혜택을 본 그 맛을 잊지 못해서이다.

우리 정부 당국은 더 이상 불필요한 외국 눈치 보기를 과감히 거두고 한국 조선 산업의 현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기술 집약적인 조선업으로 도약하도록 도와야 한다.

다른 나라 조선소들과의 기술 초격차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최고 수준의 조선업을 영위하였던 스웨덴의 말뫼 조선소가 마지막 크레인을 한국 조선소에 팔아넘기고 눈물지었던 그때처럼 우리도 울산과 거제도의 눈물을 맞게 될 것이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