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붕괴 실종자 6명 가족… 이틀째 현장서 뜬눈으로 밤새워 “지난주도 아버지와 통화” 망연자실… “희망 갖도록 불빛 비춰달라” 호소도 인근 상인들 “공사 시작부터 ‘위험’… 수차례 민원제기에도 ‘문제없다’뿐” “학동사고 6개월여만에 또 붕괴…”, 광주시민들 상당수 불안감에 떨어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사고 현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이번 사고로 실종된 근로자 6명의 가족들이 행정안전부 관계자로부터 사고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가족들은 이날 “수색 상황에 대해 책임자의 설명을 듣지 못하고 기사로 접하고 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부디 살아만 계세요… 제발 돌아만 오세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근로자 6명의 가족들은 12일 사랑하는 가족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빌며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통제된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눈물만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실종자 김모 씨(56)의 친척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서(실종자 아내)가 식음을 전폐하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 “꿈에도 몰랐다”
오후 6시경 소방당국은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드론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는데, 가족 일부는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실종자 김모 씨(66)의 아들은 “지난주까지도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광주에서 일하신다고만 들었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느라 전국을 돌아다니셔서 자주 못 뵈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 “불이라도 비춰 달라”
전날 오후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은 강추위 속에 비닐 천막과 전기난로에 의지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일부는 “현장 관계자들의 구조 상황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12일 오전 1시 반경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가 현장을 찾자 실종자 가족들은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공사 현장을 가리키며 “이 추위 속에서 (실종자가) 기절해 있다가 깨어나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절망스럽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살아있다면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제발 공사장에 불빛이라도 비춰 달라”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가 붕괴 우려로 수색 및 구조 활동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저기(공사장)에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니 납득할 수 없다”며 “직접 수색 안 할 거면 나라도 들여보내 달라.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인근 상인들도 수년째 문제 제기
사고 현장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아파트 건축 공사가 시작된 2020년부터 공사장이 위험하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고 했다.홍석선 ‘아이파크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공사는 날씨가 춥고 비가 오는 등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공사를 강행했다”며 “사고 전에도 콘크리트 덩어리가 주변으로 떨어져 민원을 넣었고, 사고 당일에도 외벽에서 가루가 계속 떨어졌다”고 했다.
공사 현장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박태주 씨(58)는 “20년 동안 끄떡없던 건물이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고 갈라지고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구청과 시공사 측에 몇 번이고 민원을 넣어도 돌아오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학동 붕괴 사고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이날 직접 화정아이파크 현장을 찾았다. A 씨는 “지난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유족을 찾아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도 없었다”며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광주=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